"인기없는 총리 각오"…14년만에 대정부질문 연단 오른 한총리

'盧정부 총리' 2008년 이후 처음…윤석열 정부 들어 데뷔전
'법무·행안 타깃' 野 사정권에선 비껴나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총리가 25일 14년 만에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다시 대정부질문 연단에 섰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08년 2월 대정부질문 이후 처음이다.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냈다.

초록색 넥타이를 맨 한 총리는 협치·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각 분야 개혁을 위해서는 "인기가 없는 국무총리가 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한 총리를 발언대에 처음으로 불러세웠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 연설 전반부의 대부분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의에 가득 찬 말로 일관했다"며 "이러한 생각이 윤석열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몰아세웠다.

한 총리는 "대통령을 포함한 새 정부의 내각 모두는 야당과의 협치·협력을 받지 않고서는 국정과제의 진전이 어렵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지만, 대통령실을 향한 공세엔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총리는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이 줄줄이 사탕'이라는 박 의원의 지적에 "의원님께서 (문재인) 행정부에서 장관직(법무부 장관)을 이미 지냈기 때문에 인사 채용이 어떤 방법으로 운영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부도 청와대 인선 구성에 대해서는 추천을 받고, 또 검증을 거쳐서 채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코바나콘텐츠 직원을 대통령실에 채용하는 것은 코바나 관련 수사를 하지 말라는 요구 아니냐'는 주장에는 "그렇게 보는 것은 조금 무리"라고 답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의 순서에서는 정부의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한 총리는 단기적인 문제로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공급망 교란 등을 거론하며 "굉장한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튼튼한 경제·안보를 가진 나라가 되기 위한 굉장한 개혁 과제가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를 포함한 우리 각료들은 정말 욕을 먹고 인기가 없는 국무총리와 각료가 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언론·시민단체·학계를 향해 "우리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협력한다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6∼7위 국가로 올라설 것"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자유·인권·혁신·기술·시장경제·민간주도·약자보호 등을 강조했다"며 "저를 포함해 우리 각료들이 이런 리더를 모시고 한번 세계 6∼7위 국가로 돼봐야겠다는 욕구가 솟는다"고 적극 치켜세웠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세에 대한 '반성문'도 내놓았다.

한 총리는 관련 질문에 "새로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에 2개월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말씀을 솔직히 드린다"며 "어느 정부보다 팀워크가 잘 조직이 되고 있어서 상당한 성과를 내는 시기가 곧 오리라 생각한다"고 발했다.

'총리가 잘 안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는 윤 의원의 말에는 "저로서는 2개월간 낮밤 없이 뛰어다녔다"며 "겸손하게 앞으로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박범계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논란을 따지는 민주당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한 총리가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