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정치투쟁' 판 키워…대우조선 직원들 '파업 철회' 맞불집회

금속노조 서울서 결의대회
"공권력 투입땐 즉시 총파업"
정부에 압박 수위 높여
< 커지는 勞勞 갈등 >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지 49일째인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파업 중인 하청지회 직원들(왼쪽)과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양쪽에서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49일째를 맞은 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가 서울과 거제에서 동시 총파업을 벌였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를 볼모로 한 ‘정치 파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노정 갈등도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금속노조 용산에서 총파업

< 총파업 vs 맞불 농성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0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왼쪽). 이날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은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오른쪽). /연합뉴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벌인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금속노조 조합원 5000여 명(민주노총 추산)이 결집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역 앞에 모여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까지 1.8㎞를 1시간가량 행진했다. 이후 삼각지역 인근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임금이 삭감되고 일자리가 박탈된 노동자들의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도 놨다. 양 위원장은 “공권력 투입 시 민주노총의 전면투쟁을 내일 거제 파업 현장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금속노조 조합원 약 6000명(주최 측 추산)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퇴로 확보 만만찮은 노조

정작 대우조선해양 하도급노조는 내부적으로 파업 지속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데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노사, 거제 지역 주민들로부터 받는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하도급노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노노 갈등’도 표면화하고 있다. 대우조선 원청 근로자로 구성된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 정치화에 반발해 21일부터 이틀간 금속노조 탈퇴(기업별 노조 전환)를 묻는 투표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청지회의 후견인이자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지만 원청 노조의 비판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다.

이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안에서는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불법 점거 농성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금속노조가 이날 서울과 거제에서 동시에 개최한 총파업 대회에 대한 맞불집회였다.옥포조선소 안에 모인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협력사 관계자 등 5000여 명은 “하청지회 조합원 몇몇이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도크를 5주째 불법 점거해 대우조선해양 2만여 명의 가족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도를 넘은 불법 파업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사무직 노동자 1명은 하청지회가 점거한 선박 구조물에 올라가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노동자는 20∼25m 높이 철제 선반에 올라가 “물 들어온다, 배 띄우자”거나 “하청노조 물러나라”고 외쳤다. 전날 밤에는 대우조선해양 직원이 하청지회에서 게시한 현수막 17개를 커터칼로 자르는 사건도 발생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노노 갈등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정부, 원칙대응 외쳤지만

대우조선해양 파업사태가 점차 격화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사관계 대응능력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사문제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을 누차 천명했지만,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에서는 시종일관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안전운임제 연장에 합의해줬다.정부는 지난달 2일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시작되고 같은 달 22일부터 하청지회가 점거 농성에 들어갔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혈세를 들여 경영을 정상화시킨 대우조선해양은 큰 피해를 보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주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누적 피해가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공권력 투입에 대해서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노조가 휘발성 물질인 시너 등을 소지한 채 셀프 감금, 고공 투쟁 등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공권력을 투입했다가 쌍용차 사건, 용산참사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정부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곽용희/이광식/거제=김해연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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