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매출 3000억 증발할 판"…총파업에 석유화학 '초비상'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사진=충남도
울산·여수·대산에 자리 잡은 석유화학 공장은 24시간 돌아간다. 이 공장들이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15일 저녁부터 17일까지 줄줄이 가동을 멈출 위기에 몰렸다. '화학산업의 쌀'로 통하는 에틸렌 생산·공급이 멈추기 때문이다. 이들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하루 매출손실액 추정액만 3000억원에 달한다. 화학 공장은 물론 철강, 시멘트 공장도 가동이 막힐 위기에 직면하면서 한국 산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철강업계 매출 손실 1조 웃돌아

화주협의회와 한국철강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업종별협회는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8일째인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의 중단을 요구했다.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전국 주요 항만과 국가 주요 생산시설들이 일주일 넘게 마비됐다"며 "경제 혈관인 물류가 막혀서 경제 심장이 멈출 지경"이라고 말했다.석유화학업계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화물연대가 울산·여수·대산 산업단지 길목을 막아 나프타·에틸렌 조달선이 끊긴 결과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일부 석유화학업체들이 지난 주말부터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멈추면서 예년 대비 생산량이 90%가량 증발했다"며 "누적 매출 손실액만 500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일 저녁에 에틸렌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 심장인 나프타분해설비(NCC) 한 곳이 멈추고 17일까지 여타 화학설비가 줄줄이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자동차 업계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어제까지 57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며 "차질 규모가 확산되면 확대되면 한계 상황에 이른 부품업체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누적 피해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철강업체 7곳은 13일까지 누적 피해액은 1조1500억원에 달한다"며 "철강을 재가공해 자동차 기업 등에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시멘트업계는 유연탄과 석회석 등을 용융시켜 시멘트를 만드는 핵심 설비인 소성로(킬른) 상당수가 이번 주말에 멈출 것으로 봤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시멘트 업계의 지난 13일 출하량은 2만t대로 예년과 비교해 87%가량 줄었다"며 "하루 145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누적 손실액은 912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손질해야"

화주협의회는 화물연대 파업의 단초가 된 안전운임제를 손질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제도다.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섰다.

이관섭 부회장은 "안전운임제 도입에 따라 물류비 최대 80%가량 올랐고, 이 같은 비용 우려에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기업들도 나온다"며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려면 요금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화물차 운송·휴식 시간을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소상공인들을 대변하는 법정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에 “물류 수급 중단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졌다"며 "운송거부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는 소상공인은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견디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익환/민경진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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