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안하고 돈 쓰는 미국 소비자들 '경기 침체 걱정 없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소폭 둔화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기록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소비를 지속해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27일(미 동부 시간)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6.3%,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3월(6.6%, 0.9% 상승)보다는 낮아진 것이다. 월가 예상(6.2%, 0.2%)과도 비슷했다. 전년 대비 PCE 물가 오름폭이 둔화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전월 대비 물가 하락에는 휘발유 등 유가가 3월보다는 떨어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는 전년 대비 4.9%, 전월 대비 0.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수치는 3월(5.2%)보다 떨어져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초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둔화했다. 전월 대비로는 3월(0.3%)과 같았다. 근원 PCE 물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헤드라인과 근원 PCE가 전년 대비로는 하락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비슷하다"며 "이보다 빨리 떨어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데이터는 거의 30일 전 수치"라며 "5월 데이터는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AAA에 따르면 펌프 가격은 5월에 다시 급등해 한 달 전보다 11%, 작년 이맘때보다 51% 이상 올랐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물가가 약간 낮아졌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말했다.

함께 발표된 개인소비지출(PCE)은 4월 0.9%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소득은 0.4% 올랐는데, 소득보다 훨씬 더 많이 쓴 것이다. 월가는 지출은 0.7%, 소득은 0.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인플레이션을 넣어 조정할 경우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고, 지출은 0.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라스무센의 조셉 브루셀라스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수치는 미국이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주장을 잠재울 것"이라며 "미국 가계는 매우 강력하다"라고 말했다.
상품 중 내구재 소비는 주로 자동차 구매로 인해 2.3%나 증가했으나 비내구재는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바, 레스토랑, 여행 및 레크리에이션과 같은 서비스 지출은 0.5% 증가했다.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소비가 증가하다 보니 저축률은 4.4%까지 떨어졌다.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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