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자문 요청 빗발…로펌 '중대재해법 특수'

사고 현장에 변호사 급파하고
24시간 종합상황실 만들기도
광장·태평양 등 자문경쟁 치열
대형 사고가 거듭 터지면서 대형 로펌들은 바빠졌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들의 법률자문 일감이 잇따르면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건 수임을 위해 남들보다 1분이라도 빨리 전문가들을 현장에 급파하려는 분위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자문시장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광장과 김앤장이다. 광장은 ‘중대재해 1호’인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 직후 삼표산업 본사와 사고 현장에 변호사 등을 급파했다. 발 빠르게 현장 상황을 파악하며 대응을 도운 결과 결국 삼표산업의 자문까지 맡게 됐다. 광장은 그 이후 본사 및 붕괴사고 현장에서 압수수색 대응을 도운 것을 시작으로 사건 전반에 대한 법률적 대응을 맡고 있다. 김앤장은 중대재해법 관련 자문업무를 맡고 있다.다른 로펌들도 이후 발생한 사건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국내 로펌 중 최초로 24시간 종합상황실을 운영 중인 태평양은 승강기 추락 사고가 벌어진 성남 신축 공사장의 승강기 제조사 현대엘리베이터를 자문하고 있다.

같은 현장의 시공사인 요진건설산업 자문은 화우가 맡았다. 율촌은 김앤장과 함께 여천NCC의 여수 화학공장 폭발 사고 관련 사건을 대리하게 됐다. 이들 역시 사고 발생 직후 신속한 법률 지원으로 기업들의 눈도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들이 법 시행 초반부터 치열한 자문 경쟁에 나선 것은 초기에 대형 사건을 맡은 실적이 향후 수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아직 사고 유형에 따라 얼마나 강한 처벌을 받을지, 어떻게 수사에 대응해야 처벌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감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상징적 사건 하나를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단숨에 중대재해 분야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며 “중대재해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로펌이 되기 위해 영업 전쟁에 한창”이라고 말했다.법조계에선 중대재해 발생 사례가 늘어날수록 대형 로펌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선 특별감독 적용 범위를 전국 사업장으로 넓힌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도 대형 로펌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여러 현장을 동시에 살펴보면서 자문 업무를 하려면 대규모 전문인력이 필요한 만큼 중소 로펌은 이 분야에 발을 들이밀기 쉽지 않다.

김진성/곽용희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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