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선행' 시민에 LG의인상…5명중 1명은 재기부 '더 큰 감동'

백남삼 신신예식장 대표는 경남 마산에서 1967년부터 55년간 형편이 어려운 1만4000쌍 부부에게 무료 예식을 지원하고 있다. /LG복지재단 제공
LG복지재단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LG 의인상’을 제정한 뒤 169명의 의인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구광모 LG 회장 취임 이후 2019년부터 묵묵히 선행과 봉사로 귀감이 된 시민들로 확대해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40년 선행 이어온 수상자 많아

LG 의인상을 받은 사람 가운데는 몇십 년간 선행을 이어온 이가 많다. 자신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선행을 실천한 시민들이 LG복지재단의 노력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경우다.

2019년 이후 새로 만들어진 ‘장기선행’ 분야 수상자만 19명이다. 2019년 이후 전체 수상자(79명)의 약 4분의 1(24.1%)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의인상을 받은 박춘자 할머니는 50여 년간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30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모두 기부했다. 또 사망 후 남을 재산마저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유언도 남겼다. 40여 년간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고, 김밥 장사를 그만둔 뒤에는 11명의 지적장애인들을 집으로 데려와 20여 년간 친자식처럼 돌보기도 했다.지난해 11월 의인상을 받은 백남삼 신신예식장 대표는 55년간 형편이 어려운 1만4000쌍의 부부에게 무료 예식을 지원했다. 백씨는 1967년부터 경남 마산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예비부부들이 최소 비용을 들여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 5월 LG 의인상을 받은 고영초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의대 본과 재학 중이던 1973년 가톨릭학생회에 가입한 뒤 48년간 무료 진료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1977년부터는 진료와 수술 시간을 쪼개 서울 금천구, 영등포구 소재 무료 진료소인 전진상의원 요셉의원과 성북구 소재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을 주 2회 이상 번갈아 방문해 의료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48년간 고 교수에게 무려 1만5000명이 넘는 환자가 무료진료를 받았다.

○5명 중 1명은 재기부

LG 의인상 수상자 중 일부는 상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선행으로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상금을 다시 기부한 재기부자는 확인된 경우만 해도 34명으로, 전체 수상자 중 5명에 1명꼴이다.10년 넘게 매일 폐품을 수집한 수익금으로 지역사회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는 박화자 씨는 지난해 11월 받은 의인상 상금 전액을 경기 화성시 마도면에 기부했다. 박씨는 최근 암 판정을 받아 예전만큼 자주 폐품을 모으지는 못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꾸준히 폐품 수집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권재준 중앙해양특수구조단 경위는 해양경찰 업무를 수행하며 25년간 매달 헌혈해 받은 헌혈증을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그는 지난 10월 LG 의인상을 받은 뒤 상금 전액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지회에 백혈병 환자를 위한 치료비와 소아암, 혈액암을 앓고 있는 해경 동료들의 자녀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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