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공정위 '위상'까지 언급하며 반발…"고법에 행정소송 불사"

"제재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시시비비 가려야" 방침 확정

재계 "공정위 해석은 자의적
모호함 스스로 인정한 꼴"
SK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과 관련, 최태원 회장과 SK㈜ 행위에 위법성이 있다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SK㈜는 22일 공정위 발표 직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져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반복했다”며 “이는 공정위 전원회의의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재 대상 기업이 전원회의 결정에 대해 ‘위상’이라는 단어까지 언급하며 반발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법조계 일각에선 최 회장이 검찰 고발을 피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보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SK 측은 의결서를 받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의결서 검토 없이 곧바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과징금 규모와 상관없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방침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는 뜻이다. 공정위 전원회의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결정은 1심 재판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고등법원에 취소 처분 소송을 내야 한다.

경제계도 공정위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사건의 쟁점은 최 회장이 취득한 SK실트론의 잔여지분(29.4%) 인수가 SK㈜의 사업기회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공정거래법은 사업기회에 대해 구체적인 유형과 제공 방식을 정의하지 않고 ‘상당한 이익이 될 만한 행위’로만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경영권 취득과 관계없는 단순한 소수지분 취득까지 사업기회로 규정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규제 범위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모호함을 공정위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SK㈜가 잔여지분을 취득할 경우 큰 이익이 예상됐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반도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SK실트론 주식을 모두 인수하면 경영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 SK 측 반박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최 회장의 잔여지분 인수는 사업기회가 아니라 위험 부담을 감수한 책임경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잔여지분 취득도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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