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템케어 “내년 헌팅턴병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1상 진입”

홍성회 CTO 인터뷰
“뇌질환은 이렇다 할 치료제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피부세포에서 얻어낸 신경줄기세포로 안전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뇌질환 치료제를 내놓겠습니다.”

최근 만난 홍성회 인스템케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내년 상반기 헌팅턴병 임상 1상을 신청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스템케어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박대영 대표가 2010년 세운 뇌질환 치료제 개발사다. 고려대 보건과학대 학장으로 있는 홍 CTO의 줄기세포 재설계 기술을 이용해 뇌질환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피부세포로 안전성 높인 줄기세포치료제 대량생산"

홍 CTO는 뇌질환 치료와 연(緣)이 깊은 연구자다. 그가 박사 학위를 받았던 연구가 신경 퇴행성 뇌질환 발병기전에 관한 내용이어서만은 아니다. 홍 CTO는 루게릭병으로 알려져 있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으로 4년 간 투병했던 모친을 떠나보냈던 아픔이 있다. 당시 홍 CTO는 희귀 뇌질환 환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한국ALS협회’에 들어가 환자 측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등의 연구로 인해 줄기세포가 주목을 받자, 홍 CTO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하며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꿈을 키웠다.

그는 피부세포에 소분자화합물을 넣어 신경줄기세포를 확보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기존엔 배아줄기세포의 유전자를 바꿔 신경줄기세포를 만드는 역분화 방식이 주로 쓰였다. 피부세포를 이용해 신경줄기세포를 만들면 역분화 방식에서 제기될 수 있는 안전성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홍 CTO는 “배아줄기세포는 독성으로 인한 종양 발생 가능성이 있지만, 피부 세포를 이용한 신경줄기세포는 일정 양 늘어나면 증식을 안 하는 특성이 있어 종양 발생 가능성이 낮다”며 “피부세포를 이용하는 만큼 대량생산도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보다 용이하다”고 말했다.

인스템케어는 피부세포를 이용한 신경줄기세포 전환 기술에 대한 특허와 이 기술에 쓰이는 소분자화합물 관련 특허의 등록을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마친 상황이다.

"알츠하이머·뇌졸중은 범용 치료제로 개발"

인스템케어에서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헌팅턴병 치료제다. 내년 상반기 국내 임상 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헌팅턴병은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으로 뇌가 위축되는 희귀질환이다.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인스템케어는 피부세포에서 얻어낸 신경줄기세포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대량배양하는 방식으로 헌팅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희귀질환인 만큼 혁신의약품 지정 등의 절차를 거치면 임상 2상 이후 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게 홍 CTO의 판단이다. 최근 쥐(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동물시험에서 안전성과 운동 기능 개선 등의 효과를 확인했다.

주요 뇌질환인 알츠하이머와 뇌졸중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자가유래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하는 헌팅턴병 치료제와 달리 이들 치료제는 동종 줄기세포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모두 동물시험에서 유효성 평가를 마치고 전임상을 추가 진행 중이다. 홍 CTO는 “희귀질환인 헌팅턴병과 달리 알츠하이머와 뇌졸중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커 동종 개발 시 더 많은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인스템케어는 현재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내년 초까지 65억원을 투자받은 뒤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을 충족하는 줄기세포 배양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홍 CTO는 “향후 미국 임상도 진행하기 위해 박인현 예일대 의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며 “줄기세포치료제가 뇌질환 치료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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