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천국' 코스닥, 5대 성장업종으로 재편

'바이오 거래소'였던 코스닥
작년 말 1~5위는 모두 바이오
올해는 배터리소재·게임주 약진

시가총액 상위 종목 다변화
바이오주 침체에도 1000P 유지
20~50위권 엔터·반도체주 포진
작년까지 코스닥시장을 ‘바이오 전용 거래소’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바이오 종목이 줄줄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었다. 지수가 오르려면 바이오가 상승해야 했고, 바이오가 떨어지면 지수도 같이 미끄러졌다. 코스닥지수는 바이오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올해 코스닥은 큰 변화를 거쳤다. 2차전지,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연이어 시가총액 상위권에 진입했다. 주요 성장업종을 포괄하는 고른 포트폴리오가 갖춰졌다. 구성 종목이 다양해지면서 전체 지수의 흐름도 더 견조했다.

○1년 만에 바뀐 포트폴리오

16일 종가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1위(12조7123억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다. 하지만 2~5위는 바이오주를 밀어내고 에코프로비엠(11조2272억원), 펄어비스(8조2181억원), 엘앤에프(7조2057억원원), 카카오게임즈(6조8586억원) 등이 차지했다. 2차전지 소재와 게임주들이다.

작년 12월 말 코스닥 시총 1~5위는 모두 바이오주였다. 1·2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3~5위는 씨젠, 알테오젠, 에이치엘비였다. 코로나19로 진단키트 업체가 급성장하면서 바이오 비중은 한때 40%까지 올라갔다.코로나19 전에도 바이오주 비중은 30%에 달했다.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엔터주가 시총 10위권에 있었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바이오 일색이었다. 2018년 12월 말에도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6개가 바이오주였다.

○코스피 압도하는 코스닥

바이오에 대한 의존은 항상 발목을 잡았다. 다른 업종이 올라도 바이오주 1~2개에서 사고가 나면 제약·바이오 업종 전체가 급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임상 중단 사태가 발생한 2019년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가 침체됐지만 지수는 1000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2800선까지 급락할 때도 코스닥지수는 970대에서 버텨냈다. 대주주 세금 문제로 매년 12월 약세를 보인 과거 흐름과도 다르다.전기차 보급 확대는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라는 세계적 2차전지 소재업체를 탄생시켰다. 두 종목은 올해 주가가 3배 올랐다.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산업의 확산은 게임주들이 질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블록체인·메타버스·NFT 테마를 결합한 위메이드는 올해 주가가 10배 이상 급등하며 시총 6위에 올랐다.

○허리 받치는 엔터·반도체

코스닥의 허리인 시총 20~50위권은 콘텐츠, 엔터, 반도체가 받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팬덤 문화가 주목받으면서 기획사 주가가 대폭 상승했다. 96위였던 에스엠은 27위로 80계단 뛰었고, 38위였던 JYP는 26위로 올라섰다. 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디어유는 지난달 상장하자마자 시총 20위권에 진입했다. 인플루언서 플랫폼인 아프리카TV는 97위에서 19위로 상승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으로 콘텐츠 제작사도 대거 약진했다. 위지윅스튜디오 NEW 에이스토리 등 소형 제작사 주가가 급등하며 중형주 반열에 올랐다. 기존 대장주였던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시총 10위권을 떠받치고 있다. 이 밖에 리노공업, 솔브레인, 원익IPS 등 반도체 관련주들이 시총 20위권을 형성하며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하지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코스닥이 과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 유망 기업들은 몸집이 조금만 커지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 핵심 종목인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엔씨소프트는 모두 코스닥 출신이다. 최근 SK㈜와 합병한 코스닥 시총 8위 SK머티리얼즈는 코스닥에서 곧 상장폐지된다. 이들 기업이 남아 있었으면 코스닥지수가 2000을 돌파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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