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선택한 단 하나의 파격 서사…영화 '티탄'

칸이 선택한 영화답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티탄'은 기존 영화의 정형성을 완전히 비껴간 작품이다. 그간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서사와 영상미로 러닝타임 내내 폭주한다.

전작 '로우'(2017년)에서 식인 본능을 깨달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던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이번에는 쇠붙이에 성적 본능을 느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성, 젠더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주인공이 머리에 티타늄을 심은 채 살고 있다는 설정부터 범상찮다.

알렉시아(애거트 루셀)는 어릴 적 아버지와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해 머리를 심하게 다친다.

티타늄을 머리에 심는 수술을 받은 알렉시아는 30대가 될 때까지 귀 위쪽의 흉터를 훤히 내놓고 생활한다. 그의 직업은 아이러니하게도 모터쇼 스트리퍼다.

수술 직후 자신을 거의 죽일 뻔했던 자동차에 달려가 입을 맞추던 소녀는 자동차를 애무하듯 춤을 추는 여자가 됐다.

알렉시아는 사고 이후 자동차를 비롯한 쇠붙이에 묘한 집착을 보인다. 심지어 자동차와 섹스하고 임신까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갑작스레 저지른 첫 번째 살인에서도 머리에 꽂고 있던 젓가락 모양의 철제 핀을 사용한다.

알렉시아는 사이코패스 본능에 트리거가 당겨진 듯 살인을 거듭한다.

순식간에 연쇄살인범이 된 그는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묘안을 떠올린다.

수십 년 전 실종된 남자아이인 척 변장하고 그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것. 알렉시아는 부른 배와 가슴을 압박붕대로 감추고 머리를 짧게 자른 뒤 애드리안이 된다.
아버지 빈센트(빈센트 린던)는 DNA 검사를 하지도 않고 알렉시아를 자기 아들이라 철석같이 믿는다.

자신이 일하는 소방서에 함께 데리고 있으면서 그를 돌본다.

시간이 흘러 그가 진짜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다음에도, 남자가 아니라 임신까지 한 여성이라는 것을 두 눈으로 본 다음에도 알렉시아를 받아준다.

심지어 그의 출산을 돕기까지 한다.

영화는 이들의 감정선을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알렉시아가 왜 친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지, 빈센트는 왜 아무 조건 없이 알렉시아를 받아줬는지 설명이 없다.

따뜻한 부정이 필요했던 사람과 무한한 애정을 퍼부을 아이가 필요했던 사람의 만남을 관객에게 장면으로 툭 던져줄 뿐이다.

감독은 개연성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대신 광기 어린 연출과 대담한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특히 알렉시아가 자동차와 성교하는 장면은 기괴함을 넘어 공포감까지 준다.

그가 배에 품고 있는 괴생명체 또한 그렇다.

그의 가슴과 음부에서는 기름 같은 검은 액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티타늄으로 가득 찬 배는 터질 듯하다.

'티탄'의 장면 하나하나를 모두 해석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이 작품은 메시지를 직구로 던지는 영화가 아니라 예술적 표현의 집합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친절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호'보다는 '불호'에 가까울 영화다.

일부 불쾌함을 유발하는 장면도 나와 마음을 단단히 잡고 봐야 한다. 오는 9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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