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팔자'>'사자'…하락 시작되나

지수 7개월 만에 100 아래로
도심 빼고 모두 매도심리 우위
대출 규제·금리 인상 등 영향
대구·세종은 이미 집값 내려

공급 부족·전세가격 불안 여전
"본격적인 하락 판단 일러" 분석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매도심리가 7개월 만에 매수심리보다 더 커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및 도곡동 일대 아파트 단지. 한경DB
서울 아파트시장에서 매도심리가 매수심리를 7개월 만에 추월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움츠러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과 함께 경기 일부 지역과 울산, 전남 등 지방 곳곳에서 매도심리가 더 우세해졌다. 수개월 일찍 수요가 둔화한 대구와 세종 등에선 집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 매수세 약화가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혹은 일시적인 소강 국면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 아파트 ‘팔자’가 많아져

19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11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6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첫째주(96.1) 이후 7개월여 만에 처음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갔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 회원 중개업소 설문 및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보다 아래로 낮아질수록 시장에 매도심리가 매수심리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서울을 전체 다섯 개 권역으로 나눴을 때 도심권(종로·중·용산구)을 제외한 네 개 권역에서 매도심리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주 서울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구) 매매수급지수는 97.6으로, 이달 들어 3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구)은 지난주 101.0에서 이번주 99.4로 내렸다. 같은 기간 서남권(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구)은 100.9에서 99.7로,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은 101.5에서 99.5로 하락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금리 인상 우려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수요가 위축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 등 변수 많아

매수심리 약화는 아파트값 하락세의 전조 현상 중 하나다. 대구와 세종이 그렇다. 이번주 대구 아파트값은 0.02% 떨어져 지난해 5월 첫째주(-0.02%) 이후 약 1년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대구는 매매수급지수가 지난 6월 첫째주(99.3) 이후 기준선 아래 수준을 유지해 왔다. 지난 7월 넷째주(-0.09%) 이후 이번주(-0.12%)까지 17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세종도 지난 4월 이후 대부분 주간에서 매매수급지수가 80~90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상승률이 줄어들고 매물이 쌓이는 등 소강 상태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3%로, 지난달 셋째주(0.17%) 이후 4주 연속 상승세가 완화됐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4만4687건으로, 한 달 전(4만1880건)과 비교해 6.7% 증가했다. 두 달 전(3만8831건)과 비교하면 매물이 15.0%나 쌓인 셈이다.서울 아파트 시장에 공급 부족과 높은 전셋값 등으로 여전히 상승 요인이 잠재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에서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재건축 사업 진행이 안전진단, 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 규제 강화로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새 임대차보호법을 통해 전셋값 상승률 5% 이내로 계약을 갱신한 매물의 계약이 내년부터 만료되면 전세 시장이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장기 상승에 따른 부담에다 대출 규제 등으로 연말까지는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다소 진정되면서 소강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서울의 경우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내년에 대선이란 변수도 있어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