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 있는 안경 온라인 판매 허용 놓고 '시끌'

안경사협회 "전문적 검사 없인
어지럼증 등 부작용 우려" 반발

AR기술로 시장 뛰어든 딥아이
"가상 피팅 가능…해외에선 허용"

정부 중재 나섰지만 이견 커
'타다 사태' 재연되나
대한안경사협회 소속 안경사 회원들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안경 온라인 판매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대한안경사협회 제공
도수 있는 안경의 온라인 판매 허용을 두고 대한안경사협회 등 안경업계와 온라인 구매 서비스를 계획 중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안경업계에선 “온라인 판매는 국민의 시력 보호를 위해 도입된 안경사 제도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는 반면 스타트업 측은 “해외에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데다 기술 발전으로 얼굴형에 맞는 피팅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의 중재도 성과가 없어 자칫 택시업계와 첨예한 갈등을 빚은 차량 공유서비스 ‘타다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경사協 “온라인 판매 건강 해쳐”

2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부터 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한걸음 모델’ 대상 과제로 선정·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력 보정용 안경을 조제·판매하기 위해선 안경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또 안경은 안경원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한걸음 모델은 규제 문턱을 낮추고 신사업 도입을 위해 마련한 제도로, 기존 사업자 간 갈등을 중재하려는 목적이 있다.규제 완화를 처음 요청한 기업은 온라인으로 안경테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딥아이다. 이 업체는 2019년 안경 온라인 배송 사업에 대해 정부에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을 요청했다. 이 업체는 “검안(시력 검사)과 렌즈 작업을 안경사가 안경원에서 하더라도 다시 완성된 안경을 찾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등 고객 불편이 크다”며 “완성된 안경은 택배 등으로 유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온라인 안경 판매가 허용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2010년 미국에서 처음 온라인 안경 판매를 시작한 벤처기업 와비파커는 2015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안경업계에선 “1989년 도입돼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안경사 제도와 안경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달 초 안경사협회 회원들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안경을 수령할 때 안경사가 코 받침이나 안경다리 등을 개인에게 맞게 교정하는데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하는 온라인 판매는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종석 대한안경사협회장은 “전문 안경사 없이 안경이 가공될 경우 초점이 맞지 않아 눈 떨림과 어지러움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소수 기업을 위해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5만 명 안경사의 생존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2의 타다 사태 우려”

딥아이가 안경 ‘가상 피팅’을 위해 개발한 증강현실(AR) 앱(응용프로그램)을 두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앱을 사용하면 얼굴에 안경테, 선글라스를 가상으로 씌워보고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안경테 등을 만드는 시호비전의 한 안경사는 “현재 딥아이 기술은 자신의 얼굴과 어울리는 안경테를 찾아주는 스타일리스트 역할에 불과하다”며 “안경다리 등을 세심히 조정해주는 진짜 피팅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딥아이 측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차츰 더 정밀한 피팅을 할 수 있게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가상 피팅으로 잡히지 않는 기능상 문제는 고객이 오프라인 안경원에서 추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측과 안경사협회, 딥아이,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한걸음 모델’에 따라 최근 모여 이번 사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했다. 주기적으로 모여 의논할 예정이지만 추가 회의 날짜도 잡지 못한 상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가 온라인 산업 육성에 신경 쓰고 있지만 타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 이해관계자의 중재가 실패했다”며 “비대면 정책 추진을 생색만 내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