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오 기업] “대마용 제제지만 중독성 위험 낮다” 올해 첫 건보 적용된 ‘에피디올렉스’

“에피디올렉스의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한 한국 정부에 경의를 표합니다. 난치성 뇌전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의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크리스 토비 GW파마슈티컬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3월 정부가 에피디올렉스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올린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GW파마슈티컬스가 제조·개발한 에피디올렉스는 대마의 칸나비디올(CBD) 성분을 이용한 소아 뇌전증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2세 이상의 ‘레녹스-가스토 증후군’과 ‘드라베 증후군’ 환아에게 처방되고 있다. 두 질환 모두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국내에는 약 55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에피디올렉스에 건보 혜택을 적용하면서 1년에 2000만 원에 달하던 약값이 2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에피디올렉스의 유통을 맡고 있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건보 적용 이후 공급량이 7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대마 제제에 소극적이었던 나라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는 토비 COO와 에피디올렉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에피디올렉스는 대마용 제제이므로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이슈다. 많은 나라가 대마의 중독성 때문에 의약품 승인을 미뤄왔다. 에피디올렉스를 장기 복용해도 안전한가?
A. 우리는 20년간 대마 기반의 의약품을 연구하고 개발해왔다. 에피디올렉스는 우리가 해온 수많은 연구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대마 식물에는 400종 이상의 여러 화합물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은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다. 통증, 염증, 근육조절장애 등을 감소시켜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중독성이 있어 극히 일부의 THC 계열 의약품 만이 처방된다.

에피디올렉스의 주요 성분인 CBD는 중독성이 거의 없는 물질이다. 우리는 에피디올렉스를 장기 복용해도 남용 위험도가 매우 낮다는 연구를 수행해 발표했다. 아직까지 에피디올렉스를 복용하는 환자 중 남용 사례가 보고된 바도 없다.

이를 토대로 독일은 에피디올렉스를 약물 남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고, 미국은 ‘약물 스케줄링(모든 통제)’에서 제외했다. 영국의 ‘약물 남용에 관한 자문위원회(ACMD)’는 에피디올렉스에 대해 “남용 잠재성이 낮고 의존성이 낮으며 약물 오남용 위험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모든 약물 통제 규제를 면제받게 된 것이다.Q. 한국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지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에피디올렉스의 글로벌 진출 현황은 어떤가.
A. 세계의 많은 나라가 약물의 오남용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을 마련하고 있다. GW파마슈티컬스는 지난 20년간 에피디올렉스가 환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가 수행해온 양질의 임상시험 데이터, 규제기관 등 이해관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 세계 40여 국가가 GW파마슈티컬스의 의약품을 승인했다. 유럽연합 전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 등 주요 시장을 포함해 점점 수를 늘려가고 있다.

Q. 코로나19나 암 치료 등에 CBD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에피디올렉스의 적응증을 넓힐 계획도 있는지 궁금하다.
A. 환자에게 의약품을 제공할 때에는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한 양질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 철학에 입각해 새로운 치료 영역을 탐색해나갈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간 에피디올렉스를 개발하며 축적한 경험, 전문성, 네트워크와 광범위한 연구들이 있다. 이를 이용해 자폐증, 척수 손상 관련 경련, 신생아 저산소 허혈성 뇌병증, 조현병 등 다양한 질환의 임상 개발을 할 계획이다.

최근 CBD가 여러 질환의 치료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CBD 오일 등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사람이 CBD 함유 제품이 모든 질병에 만병통치약이며 위험이 전혀 없다는 오해를 하는 것이 우려된다.

CBD는 무해한 물질이 아니다. 의료진의 감독이나 모니터링 아래 사용하지 않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간 독성, 졸림, 설사 등과 같은 경미한 부작용이지만, 다른 약과 부정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년간 연구해온 우리도 아직 CBD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도 CBD 함유 제품에 대한 허위광고를 규제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독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한국에서 에피디올렉스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면서 공급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급에 문제는 없는가.
A. GW파마슈티컬스는 한국 환자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공급을 보장한다. 의료용 대마를 재배하고 유효 성분을 추출해 의약품으로 만드는 일이 단시간에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간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제품 생산에 적용했다. 또 최첨단 제조 현장 및 연구 시설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13억 파운드(약 2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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