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지도자들, 故정진석 추기경 빈소 찾아 단체 조문

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원행스님·공동회장단 함께 참배
원행스님, 방명록에 '자타불이' 적어…"'자기비움의 길'이 행복이라는 것 가르쳐"
종교 지도자들이 30일 명동대성당에 마련된 고(故) 정진석 추기경 빈소를 찾아 함께 조문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공동 회장단은 이날 명동성당 대성전 내 투명 유리관에 안치된 정 추기경 앞에서 참배했다.

단체 조문에는 원행스님을 비롯해,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천도교 송범두 교령, 성균관 손진우 관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한국정교회의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텔레스 조그라포스 대주교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정 추기경이 누워있는 유리관 옆에 나란히 서서 이제 세상과 이별하는 동료 종교 지도자의 마지막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이들은 조문에 앞서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면담했다.
염 추기경은 명동성당을 찾은 종교 지도자들에게 정 추기경의 입원과정과 선종까지 일을 설명했다.

그는 "정 추기경께서 65일이 딱 되고 가셨는데, 입원하셨던 날(2월 22일)이 2006년 추기경으로 임명발표가 있었던 날"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몇 번 코마(혼수상태)에 빠지셨으나 자연사하기를 원하셨다.

4월 27일 (오후) 10시 15분에 잠드신 상태에서 선종하셨다"고 전했다.

원행스님은 면담하기 앞서 방명록에 '명복을 빕니다. 自他不二(자타불이)'라고 적었다.

자타불이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뜻이다.

원행스님은 조문 뒤 기자와 만나 "한국 천주교를 이끌어주신 정신적 지도자께서 선종한 것에 슬픔을 느낀다"며 "그러나 건강하게 사셨기에 그분의 뜻을 잘 받아서 지도자들이 화합해가겠다"고 위로했다.

이홍정 총무도 "추기경님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통해 야만의 문명 속 탐욕을 벗고서 '자기 비움의 길'을 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며 "그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추모했다.
공식 조문 마지막 날인 이날 명동성당에는 종교 지도자 외에 일반 참배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30일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6천187명이 조문해 지난 28일부터 정 추기경 빈소를 찾은 이는 3만7천374명으로 집계됐다고 서울대교구 측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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