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컬렉션' 절반 이상 국내 기증할까

삼성이 지난해 10월 타계한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온 미술품과 문화재,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 기증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면 수천억원의 부담을 추가로 덜 수 있지만, 초고가 작품들이 한 번 해외로 반출되면 국민들이 다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14일 미술품 감정계 등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의 최종 시가감정 총액은 2조5000억~3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컬렉션을 감정한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간 진행해온 시가감정을 끝내고 최종 보고서를 마무리 중이다.컬렉션은 총 1만3000여점의 국내외 걸작들로 구성돼 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비롯한 국보 30점과 보물 82점, 파블로 피카소의 ‘도라 마르의 초상’ 등 해외 거장들의 서양 근현대미술 1300점, 이중섭의 ‘황소’ 등 한국 근현대미술품 2200점이 포함돼 있다.
삼성은 이 중 절반 이상을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미술관에 기증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증하는 작품들의 감정가 총액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근현대미술품 2200점 중에서는 1500점 가량이 미술관으로 보내질 전망이다. 한국 근현대미술 주요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국보와 보물 등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기증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작품들은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에 전시된다.

삼성은 이번 기증으로 감내하는 손실 규모는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작품들을 해외 시장에 판매할 경우 1~2조원의 수익 중 절반만 상속세로 납부하면 되지만, 기부를 하면 관련 상속세를 내지 않는 대신 수익도 완전히 포기해야 해서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가족들이 한국 예술을 후원해 온 고인의 뜻을 기리기로 했다”고 전했다.다만 이와 관련해 삼성과 문화예술계는 공식적인 발언을 아끼고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이번 기증을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과 연관시켜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삼성 내부에서 크다”며 “삼성이 이달 30일 상속세 신고·납부 마감을 앞두고 기부 사실을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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