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조직문화를 개선하라는 사장의 지시

조직문화를 개선해라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CEO가 이런 지시를 했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인사팀을 담당하는 김 팀장은 CEO의 호출에 급히 사장실을 향했다.
호출할 만한 급한 일이 없어 무슨 사고 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불안하기까지 했다.
CEO는 회사의 조직문화에 대해 물으면서,
인사팀에서 “조직문화 파트를 만들고 무엇을 할 것인가
한 달 안에 보고하라”고 한다.
갑작스럽게 조직문화는 무엇이고,
1달 안에 계획을 수립해 보고하라는 지시에 머리가 무겁다.이렇듯 조직문화 직무는 위로부터 갑작스럽게 지시에 의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CEO가 부임하여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간담회이다.
소통 활성화 측면에서 현장의 여러 직무와 직급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건의나 불만을 관련 부서에 지시한다.
이도 문제이지만, CEO에게는 A를 이야기했는데,
회사의 실정이나 현황을 잘 모르는 CEO가
A를 B로 인식하여 지시하면 담당 부서는 죽을 맛이 된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당신이 직무 담당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1) 이곳 저곳에서 워라밸을 이야기하는데, 워라밸의 회사 안을 만들어 보고하라면?
2) 오너기업이 아닌 3년마다 CEO가 바뀌는 전문경영인 기업에서
핵심가치의 내재화와 체질화에 의한 조직문화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3) CEO가 조직문화는 조직장이 원동력이라며,
조직장들을 악착 같이 변화시키는 방안을 1달 안에 수립하여 보고하라고 한다.
어떻게 하겠는가?
4) 회사의 사업은 매우 안정적이고 장치산업인 제조업이다.
CEO는 이런 문화로는 내일이 없다며 자율과 책임,
혁신과 변혁의 문화로 바꾸기를 희망한다.
어떻게 추진하겠는가?
5) 작고 쉬운 것부터 변화시키라고 한다.
개선할 이슈 3가지를 선정하라면 무엇이겠는가?
6) 회사의 병폐가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보고하라고 한다.
어떻게 추진하겠는가?
7) CEO가 조직문화팀을 만든다면, 이 팀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조직의 변화는 거대하고 어려운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A회사의 현장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을 추진할 때의 일이다.
이 회사는 남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일도 도전보다는 실패만 하지 않으면
정년까지는 무사히 간다는 안정주의 문화였다.
공장 현장에서 서로 인사하는 경우도 없고,
신입사원이 인사해도 반갑게 받아주는 이가 없었다.
자신의 일이 끝나서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퇴근한다.
자신이 이 회사에 근무하는 한,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다.
대충 하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간다.
호봉제 구조이므로 신입사원들은 동일 업임에도 불구하고
30년 근속하신 분들의 50% 수준이다.
현장 조직장들은 30년 된 고참과 일하기보다
2년 안팎의 직원들과 일하기를 기원한다.현장에서 가장 먼저 한 문화 개선 활동은 ‘작고 쉬운 일부터 내가 먼저’였다.
영혼 없는 아침 인사부터 개선해 나갔다.
아침에 출근하면 먼저 와 있는 직원에게 찾아 가
손바닥을 부딪치며 아침 인사를 하게 했다.
처음에는 매우 어색해했으나, 반 강제적으로 진행하니까
며칠이 되지 않아 웃음이 넘치는 아침 인사가 되었다.
두 번째 한 일은 주변 정리와 먼저 본 사람이 하기였다.
화장실과 공장 청소하는 용역회사와의 계약을 끊고,
자기 주변과 자신이 사용하는 공공시설물의 정리정돈은 자신이 하게 했다.
주변에 쓰레기 등 더러우면 먼저 본 사람이 치우는 것으로 했다.
조직장의 솔선수범을 강조했고, 사무실은 분리수거 통을 마련하여
각 자의 쓰레기는 각자 분리해 버리도록 했다.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어느 사이 주변 정리정돈이 정착되었다.
세 번째 한 일은 ‘후 공정 배려하기’였다.
4조 3교대로 돌아가는 현장에서 일이 끝나는 10분 전에는
다음 작업자가 가장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배려하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처음 기대는 정리 수준이었지만,
갈수록 자신이 했던 일 중의 문제점이나 기계의 이상 등을
기록하여 인수인계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더 나아가 회사 전체의 밸류체인 교육을 통해 작업 공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각 공정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일을 하는 가를 설명하고,
각 공정 담당자의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3가지 변화를 시도했는데,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활성화되고,
생산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조직문화 개선을 하라는 CEO의 지시에,
10년 후 바람직한 모습, 방향과 전략, 전략별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여 아름답게 개선안을 작성해 보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에 강한 회사가 강하다.
작고 쉬운 일에 나부터 실천하는 문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직원이
크고 중요한 일을 잘할 것이라는 신뢰는 들지 않는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