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자가격리…전염병에 대처한 선조들의 지혜

소박한 초가에서 '스스로 거리 두기'로 역병 피해
국립전주박물관 '선비, 역병을 막다' 특별전…동의보감 등 소개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역병에 대처했을까. 문인 정중기(鄭重器, 1685∼1757)는 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리에 전염병이 돌자 스스로 거처를 옮겼다.

역병으로 그의 부모를 모두 잃고 나서다.

선원리에 점차 역병이 확산하자 그는 인근의 한적한 사매리로 옮겨 소박한 초가집이라는 의미의 '간소'(艮巢)'를 짓고 학문에 몰두하며 전염병을 피했다고 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가격리의 시초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스로 역병을 피한 '정중기식 거리 두기'는 지금의 코로나19 창궐 상황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의 저서 '마과회통'(麻科會通)도 조선 시대에 걷잡을 수 없이 퍼지던 천연두와 홍역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마과회통은 자식을 잃은 슬픔의 산물이었다.

다산은 천연두와 홍역으로 아들 넷, 딸 둘을 잃었다.

유독 아끼던 둘째 딸과 넷째 딸을 잃고서 비통해하던 다산은 1797년 천연두·홍역 예방법 서적인 마과회통을 저술했다. 천연두·홍역과 관련된 의술을 총망라한 기념비적인 조선의 저작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책은 치료법으로 효험을 봤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점차 귀중한 의학서로 자리 잡았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이런 역사 자료와 기록을 모아 '선비, 역병을 막다'를 주제로 7월 31일까지 특별 전시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동의보감 등 12점의 유물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전시관에 놓인 조선 시대 선비의 의학서적과 의료기구는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본래 25권으로 된 허준의 동의보감을 아코디언처럼 펴고 접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든 '휴대용 동의보감'이 눈길을 끈다.

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장면처럼 의복 소매에 넣을 수 있는 포켓북 형태다.

백성들이 잘 걸리는 병과 간단한 처방을 적어뒀다.

이는 고을에 역병이 퍼지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던 때에 그나마 요긴하게 쓰이던 것들이다.
당시 약재를 달였던 기구나 복통을 가라앉히려고 도자기 재질의 숟가락을 배 위에 얹던 민간치료법 등도 전시관에서 소개된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조선 시대에 전통 의학으로 해결되지 않는 전염병을 두고 어떤 이들은 자포자기하거나 무속의 힘을 빌려 회복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역병에 맞선 선비의 정신은 코로나19를 마주한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지 박물관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