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32기 개그맨, 몰카범에 분노 "배신감과 트라우마에 잠 못 이뤄" [전문]

TV조선 뉴스화면 캡처
KBS 32기 공채개그맨들이 몰카범으로 알려진 동기에 대해 "그와 연락이 두절됐고 가장 고통받는 것은 피해자들이다"라고 말했다.

김두현·민성준·송아리·엄지윤·이가은·이재율·이정인·장준희·전수희·정진하 등 32기 공채 개그맨들은 지난 5일 각자 SNS에 글을 올려 "세간에 떠돌고 있는 개그맨 불법촬영 사건에 있어서 수년간 동거동락했던 동료가 피해를 입게 된 일에 저희는 누구보다 비통해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들은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사람이 용의자로 보도되고 있지만, KBS 32기 개그맨이란 것 이외의 공식적인 사실은 밝혀지지 못하고 있으며, 사태의 진실을 밝혀보고자 언론에 보도된 그 사람에게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것은 피해자들이며, 저희를 사칭한 게시글과 무분별한 용의자 지목으로 남은 동기들 또한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된 사람은 계속 입장을 밝히지 않고 회피하고 있지만, 동기들은 지금도 배신감과 트라우마에 잠을 못 이루고 있고 그것을 지켜보며 가만히 침묵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머지 32기 개그맨 동기들은 이 사건과 무관함을 명백히 밝히며, 무리한 억측은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건물 여자화장실에 불법카메라(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 개그맨의 자택을 최근 압수수색했다.8일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이용표 서울경찰청장과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경찰 관계자는 KBS 연구동 건물 여자화장실에 불법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자수한 개그맨 A씨의 집을 지난 2일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이 개그맨은 KBS 32기 공채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휴대용 보조배터리 모양의 불법카메라 포렌식 등 수사 결과에 따라 A씨에 대한 신병 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KBS 연구동 내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용 보조배터리 모양의 불법촬영 카메라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KBS 연구동은 ‘개그콘서트’ 연습실 등이 있는 곳이다.A씨는 지난 1일 새벽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자진출석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다.

이 사건과 관련해 KBS 몰카범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용의자는 KBS에 근무하고 있는 남성 직원(사원)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오보다"라며 "KBS가 경찰 측에 용의자의 직원(사원) 여부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직원(사원)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언론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를 인용보도하는 매체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밝혀 책임회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비판이 이어지자 KBS는 또 다른 공식입장을 통해 "연구동 건물에서 불법 촬영기기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와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면서 "용의자가 KBS 직원은 아니더라도, 최근 보도에서 출연자 중 한 명이 언급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일찌감치 종영을 예고한 KBS2 '개그콘서트'는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지만 때아닌 '몰카' 이슈에 가려져 씁쓸한 작별 인사를 하게 됐다. 장기 휴방 중인 '개그콘서트'는 지난 5일 마지막 회가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프로야구 중계에 밀려 결방됐다. 언제 방송될지 아직까지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음은 KBS 32기 공채 코미디언 입장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지금 세간에 떠돌고 있는 개그맨 불법촬영 사건에 있어서 수년간 동거동락했던 동료들이 피해를 입게 된 일에 저희는 누구보다 비통해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한 연대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사람이 용의자로 보도되고 있지만, KBS 32기 개그맨이란 것 이외의 공식적인 사실은 밝혀지지 못하고 있으며, 사태의 진실을 밝혀보고자 언론에 보도된 그 사람에게 연락을 시도해보았지만,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은 피해자들이며, 저희를 사칭한 게시글과 무분별한 용의자 지목으로 남은 동기들 또한 모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사람은 계속 입장을 밝히지 않고 회피하고 있지만, 동기들은 지금도 배신감과 트라우마에 잠을 못 이루고 있고 그것을 지켜보며 가만히 침묵하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머지 32기 개그맨 동기들은 이 사건과 무관함을 명백히 밝히며, 무리한 억측은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저희는 앞으로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피해자의 편에 서서 행동하겠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걱정해주신 여러분 모두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2020.06.05. KBS 32기 개그맨 일동-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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