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양산업을 소환하다

'큰 기술' 필요 없는 소외株 재평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의 눈 밖에 나 있던 소외 기업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최첨단 기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없어서는 안되는 마스크, 손 세정제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신약 개발업체에 비해 주목을 못 받았던 진단키트 업체들도 이번에 재평가받고 있다.

제지업체 모나리자는 올 들어 주가가 105.8% 올랐다. 하지만 이제 겨우 2016~2017년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다. 두루마리 화장지 등을 만들던 제지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진 탓이다. 미세먼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2016년부터 마스크를 생산해 팔았지만 실적 감소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마스크가 동이 나고, 가격이 치솟자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주가가 급등했다.제지업체 깨끗한나라 역시 올 들어 59.8% 올랐다. 원래 마스크를 생산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난 뒤인 지난 2월 4일 마스크 제품 3종을 전격 출시했다.

투자자들은 손 세정제 원료인 알코올 제조사들에 다시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화학제품과 소주 등 주류에 쓰이는 알코올을 생산하는 한국알콜은 안정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해왔다. 작년 매출(2914억원)과 영업이익(331억원)은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주가는 ‘찬밥’이었다. 2015년부터 작년 말까지 주가가 8000~1만원 사이를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기술도 제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며 한국알콜이 손 세정제 원료를 생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올 들어 상승률이 50.3%에 이른다. MH에탄올(45.6%), 창해에탄올(12.8%)도 마찬가지다.올 들어 주가 상승 열기가 가장 뜨거운 건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들이다. 수젠텍(334.3%), 씨젠(202.5%), EDGC(166.8%) 등은 주가가 2~4배씩 올랐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의 원성은 컸다. 씨젠만 해도 지난해 91.6% 올랐지만 2017년 말 대비 8.5% 떨어진 상태였다.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보니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보다 돈은 잘 벌었지만 저평가를 받았다. 약 1주일 만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한 게 주효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씨젠 등 진단업체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분별한 추종 매매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아직 실적이 얼마나 개선될지 모르는데 코로나19 수혜주로 묶였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며 “허위 사실과 부정확한 풍문이 많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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