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대 을지로 지하보행공간 조성, 출발부터 '삐걱'…예산 삭감

시의회, '검토 부족' 이유로 올해 예산 66억 중 2.5억만 반영

서울시가 약 1천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을지로 지하 보행공간 조성 사업이 첫 단계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7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달 16일 올해 을지로 입체보행공간 조성사업 사업비 66억2천300만원 가운데 사전 타당성 조사용역비 2억5천만원만 올해 예산에 반영했다.

서울시는 애초 2022년까지 두 단계에 걸쳐 총 950억원을 투입, 시청역∼을지로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5㎞ 구간에 지하보행통로와 지하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1단계로 지난달 개장한 종각역 '태양의 정원'처럼 자연채광 제어기술을 활용해 지하 정원을 조성하고, 2단계로 을지로입구와 을지로 4가에 지하 광장을 만드는 내용이었다.1단계 사업에는 379억원, 2단계에는 570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시의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각 단계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두 단계로 사업을 구분할 필요가 없고, 대규모 사업임에도 면밀한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시의회는 사업을 통합해 타당성 조사부터 받으라며 예산을 삭감했다.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신규사업은 타당성 조사와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2단계 사업만 500억원을 넘어 타당성 조사 대상에 해당했지만 두 사업을 통합하게 되면 처음부터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성배 시의원(자유한국당)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도심에 활력을 부여하는 거점 공간 조성에는 공감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울시는 우선 올해 중앙투자심사의 사전절차로 타당성 조사를 받을 계획이다.

타당성 조사 결과 '부적격'으로 나올 경우 사업은 무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회에서도 사업 취지에는 공감했다"며 "타당성 조사를 거쳐 최대한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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