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GST 대표 "반도체 스크러버 첫 국산화…해외 고객 다변화로 시장 1위 하겠다"

무역협회·한경 선정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

올해 해외매출 비중 50% 넘을 듯
'플라즈마 스크러버' 신성장 동력
"세계표준이 될 기술력 기업 목표"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는 반도체 유해가스 정화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생산하는 강소기업이다. 반도체를 생산할 때는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회로를 만드는 식각과 회로 위에 얇은 막을 입히는 증착 과정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부식성 가스 등 유해물질을 정화하는 장치가 바로 스크러버다. GST는 일본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해 온 이 시장에서 스크러버 국산화에 성공했다. 2001년 창업한 뒤 2004년부터 수출을 시작해 이제는 연간 3000만달러(약 350억원)에 이르는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는 수출 5000만달러에 도전할 계획이다. GST는 지난 6월 한국무역협회가 선정한 ‘제120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3일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에도 선정됐다.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을 받은 김덕준 GST 대표는 “내년에 새로운 방식의 ‘플라즈마 스크러버’를 앞세워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엔지니어로 사회 첫발김덕준 GST 대표는 진공펌프 제조업체인 성원에드워드(현 에드워드코리아)에서 진공펌프 유지와 보수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막 뛰어들었고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기술력은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장비 생산은 물론 유지·보수도 일본에서 배웠다.

엔지니어로 일하던 김 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날아간 건 1980년대 후반이었다. 일본에 직접 가서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본아주전문학교에 입학해 일본어를 배웠다. 한국 기업에서 일본 진공펌프 기업으로 기술을 배우러 오면 통역을 해주기도 하면서 생활을 꾸렸다. 김 대표는 “이때 사귄 일본 기업 관계자들이 창업 초기 큰 도움이 됐다”며 “돌이켜 보면 창업의 기반을 닦았던 시기”라고 말했다.

1990년 한국에 돌아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케이씨텍에서 일했다. 케이씨텍이 1995년 일본 업체와 합작 설립한 한국파이오닉스(현 케이피씨)로 전보 발령을 낼 무렵 창업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파이오닉스는 스크러버 등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장치를 일본 파이오닉스로부터 물려받아 생산했다. 김 대표는 “독자 기술로 가스장치를 생산해보자”는 생각으로 2001년 GST를 창업했다. 사명인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에는 ‘세계 표준이 될 만큼 높은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회사의 목표를 담았다.
‘번 웨트 스크러버’ 국산화

스크러버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03년. 당시 스크러버의 한 종류인 ‘번(burn) 웨트(wet) 스크러버’ 생산 기술을 갖추고 있던 한 독일 업체가 GST를 찾아왔다. 번 웨트 스크러버는 당시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보다도 앞선 방식이었다. GST가 한국에서 판매 대행을 해주기를 바랐던 독일 업체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국산 장비를 적극적으로 사들일 것”이라고 설득해 기술을 이전받았다.번 웨트 스크러버를 국내에서 처음 생산한 후 납품하는 과정에서 난관도 많았다.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해 위험할 것이란 편견 때문이었다. 번 웨트 스크러버는 1차로 LNG가 유해가스를 1200도 고온에서 태운 뒤 물을 촉매로 한 차례 더 정화하는 방식이다. 유해가스 정화 방식 1세대인 ‘번’과 2세대 ‘웨트’를 합쳤다.

유럽 선진국에서도 사용하는 장비라는 점을 들어 납품사를 설득했다. 김 대표는 “유해가스별로 태우거나 물을 이용하거나 특수 촉매를 쓰는 등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다”며 “열을 직접 가하고 물을 이용하는 방식을 합친 공법이 GST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GST는 국내 번 웨트 스크러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올해 해외 매출 비중 50% 넘길 듯

GST는 중국 등으로 해외 고객을 다변화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의 30%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중국 YMTC, 일본 도시바 등 해외 20개사가 고객이다. 2017년에는 삼성그룹에서 나온 매출이 74%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55%, 올 상반기에는 48%로 각각 낮아졌다. 김 대표는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길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고객사를 확대하기 위해 영업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방식인 ‘플라즈마 스크러버’는 앞으로 GST의 미래 먹거리가 될 제품으로 꼽힌다. 플라즈마 스크러버는 유해가스가 빠져나갈 공간이 없이 반도체 생산장비와 밀착되는 형태다. 그만큼 유해가스 처리 효율이 높아 연내 시장에 진입하면 빠르게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예상이다. 현재 전체 스크러버 시장에서 20% 수준인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1위 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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