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한 부장판사 책 500권 기부받아 백골부대에 '성탄 선물'

강민구 부장판사 SNS로 기부요청
지인들 도움으로 수백권 기부
강민구 부장판사가 기부한 책들이 백골 부대 승합차에 실려있다.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진·61·사법연수원 14기)가 연말을 앞두고 한 육군 부대에 수백권의 장서를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법조계에 알려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한 승합차에서 내린 20대 국군 장병들이 책 500권이 넘게 담긴 박스 수십 개를 차에 실었다. 강 부장판사가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한 육군 제3보병사단 이른바 ‘백골부대’ 장병들에게 기부한 책들이다.강 부장판사는 지난 9일 백골부대 장병들을 상대로 하는 특강 강사로 초청받아 강연을 앞두고 20대 장병들을 위해 책을 기부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강 부장 판사는 본인의 저작 ‘인생의 밀도’ 40권을 비롯해 고교·대학 동문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로부터 직접 쓴 책이나 소장 장서 등을 기부받았다. 지난달 강 부장판사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부 동참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자 약 2주만에 총 241종류 500여권이 모였다.

강 부장판사는 강연에서 장병들에게 “500권이 넘는 도서를 군 복무기간 중 완전히 독파한다는 심정을 가지라”며 “사회복귀 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부장판사는 본인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해당 부대에서 독서 캠페인이 실시 중”이라며 “전국의 장병 어머니들이 책 1권씩 아들에게 보내고, 그것을 동료 병사들이 나누어 읽는 범국민캠페인이 시작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강 부장판사는 법원내에서 ‘IT(정보기술) 전도사’, ‘스티브강스(스티브잡스+강)’, ‘디지로그 판사’ 등으로 불리는 대표적 IT전문가다. 첨단 IT기술과 활용법 등에 대해 유튜브 강연을 하면서 SNS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법정보화 전략을 배운 후 2003년 국내 전자법정 설계도를 그렸다. 현재 민사소송에서 60% 이상 이뤄지는 전자소송을 도입한 주역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