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미일 군사동맹, 새로운 러일 관계 구축에 걸림돌"

G20외교장관회의서…"러일 평화조약 체결위해선 쿠릴 러 영유권 인정해야"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이 새로운 러시아-일본 관계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러시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22일부터 이틀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러일 간 평화조약 체결 협상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일본의) 미국과의 군사동맹은 새로운 러-일 관계 수립에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지난 1956년 소·일 공동선언이 체결됐을 때 이미 소련은 일본 내 미군 주둔 종료를 배경으로 해서만 완전한 공동선언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이 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의 우려를 일본 측에 전달했으며 일본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는 미국이 러시아를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미일 군사·정치 동맹도 이 원칙에 근거할 것이라면서, 이는 미일 동맹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일본 지도부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주요 위협이며 일본, 호주, 한국 등과의 군사동맹은 이 위협과 도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면서 전날 일본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이 같은 미국의 행동은 미일 군사 동맹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일본 측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일 간 해묵은 과제인 평화조약 체결 협상과 관련, 일본은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4개섬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일본 총리 간 고위급에서 이루어진 합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서 "두 정상은 양국 사이의 남은 문제를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 근거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선언에는 먼저 이 영토(남쿠릴 4개섬)을 포함한 모든 우리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인정한 뒤에 나머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고 강조했다.

남쿠릴열도에 대한 러시아 영유권 인정이 양국 평화조약 체결의 전제조건임을 재차 확인하면서 일본 측의 요구대로 조약 체결을 위해 일본에 섬을 양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인해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남쿠릴열도 4개 섬을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남쿠릴열도 4개 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남쿠릴열도가 2차 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반환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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