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복 관련 기업 특별연장근로 허용 검토"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

핵심기술 R&D 예타 면제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홍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관련 기업에 한해 주 52시간 초과 근로 허용을 검토한다. 일본 수입품을 대체할 핵심 기술 연구개발(R&D) 과제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 수출규제 품목 관련 업체에는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연장근로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재해·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시행할 수 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주문량이 급증하거나 긴박한 보수·정비가 필요할 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노동계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대해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한·일 경제갈등을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본 것”이라고 했다.

핵심 R&D 과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한다. 현재 정부 예산 5조원이 투입된 소재·부품·장비 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정부는 또 제품 개발을 위한 R&D 등에 한해 화학물질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신성장 R&D 세액공제 확대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19일 내놓은 대책은 크게 주 52시간제 완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및 규제 완화로 요약할 수 있다. 두 대책 모두 전통적 여당 지지층인 노동계에서 반대하던 것이지만,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산업계 요구를 수용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날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일본 수출규제 품목 관련 기업의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추진하고, 연구개발(R&D) 분야의 재량근로제 활용폭을 넓히기로 했다.

재량근로제란 주 52시간 내에서 일하는 시간을 근로자 스스로 배분하는 것이다. R&D 분야는 이미 재량근로제 대상이지만 기준이 모호해 활용도가 낮았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재량근로와 관련한 지침’을 만들어 관련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정부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제조기술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에 대해 ‘신성장 R&D 비용 세액공제’ 적용 확대를 추진한다. 신성장 R&D 비용 세액공제 대상이 되면 대기업은 20~30%, 중견기업은 20~40%, 중소기업은 30~40% 등 최고 수준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다.

정부는 제품 개발을 위한 R&D 등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 화학물질 등에 대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필요 시 신규 화학물질의 신속한 출시도 지원한다. 30대 기업 총수들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에 의해 새로운 화학물질 생산이 규제되는 데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는 이날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일본의 조치는 수출규제 강화가 아니라 수출관리 운용 재검토’라고 한 데 대해 “수출관리 운용 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규제가 아니라는 일본 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태훈/백승현/구은서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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