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발행 남발에…실적 좋아도 주가 안오르는 다산네트웍스

유선통신 장비업체 다산네트웍스 주가가 31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소식에 급락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투자가 확대되면서 실적개선이 기대되지만, 발행주식수가 늘면서 주가가 짓눌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산네트웍스는 17일 코스닥시장에서 1900원(20.23%) 내린 749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규모 자금조달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추락했다. 다산네트웍스는 프랑스 사업 확대를 위한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5년 만기 사모 BW 310억원어치를 발행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만기수익률과 표면금리는 각각 0%로 책정됐다. BW 행사시 발행되는 주식은 316만주로 주식총수의 9.2%에 해당한다. 행사가액은 9810원이다.연이은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발행으로 다산네트웍스 주가에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전환사채(CB)를 두차례 발행해 38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엔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1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도 발행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6월 1931만주였던 다산네트웍스의 유통주식수는 2년 만에 3111만주로 61.1% 늘었다.

이에 따른 부담은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 몫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수가 크게 늘었지만 대주주인 다산인베스트와 남민우 회장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높은 지분율(25.4%)을 유지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BW·CB발행으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산네트웍스에 대한 실적전망은 밝다. 다산네트웍스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5G 장비 수요가 크게 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다산네트웍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2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8.6% 늘어날 전망이다.국내 통신 3사가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모바일 백홀(무선기지국의 데이터를 모아 유선망으로 연결하는 장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초고속 데이터를 끊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초저지연 스위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온전히 주가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이번 BW발행으로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 감소 우려가 커졌다”며 “경영진이 지금과 같은 자금 조달 방법을 유지한다면 투자자들이 다산네트웍스 주식을 매수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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