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만 보는 건 차별"

인권위, '장녀의 장녀' 등도 포함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만 보는 것은 차별이라며 ‘장녀의 장남’ ‘장녀의 장녀’ 등을 포함해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일 독립유공자 후손 A씨가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진정에서 이같이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A씨는 할머니가 독립운동가 B씨의 장녀인 유공자 후손이다. A씨는 독립유공자의 유족 중 장손인 손자녀에게 국가가 취업지원을 하도록 하는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훈처에 취업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장손의 사전적 의미와 사회 관습에 근거해 ‘장남의 장남’에만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A씨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인권위에 보훈처 판단이 차별이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보훈처의 이런 원칙이 호주제를 폐지한 헌법재판소 판단에 위배된다고 봤다. 인권위는 “호주제가 이미 폐지됐음에도 가문의 정립이 반드시 남계 혈통으로 계승돼야 한다는 관습에 따라 장손의 개념을 규정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보훈처장에게 “독립유공자 손자녀의 자녀에 대한 취업 지원 시 성 평등에 부합하도록 진정인 같은 경우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