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움직임에 친박 일각 탈당설…시험대 오른 '황교안 리더십'

한국당 탈당 시사한 홍문종
딜레마에 빠진 황교안
취임 석 달째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여당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의 탈당 가능성까지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3개월간 ‘장외 투쟁’에만 몰두해 온 황 대표가 지도력과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11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의 친박 신당설’ 모락모락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문종 한국당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저는 한국당도 아는 ‘이중 당적자’다. 제가 보수 대통합의 길을 (한국당) 밖에 나가서 주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탈당 의사를 재차 밝혔다.

홍 의원은 “황 대표가 굉장히 모호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과연 그가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보수 우익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많은 분이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한애국당 집회에서도 “수천 명의 한국당 평당원이 여러분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며 대한애국당으로의 이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정치권에선 ‘친박계인 김진태, 정태옥 한국당 의원이 홍 의원과 함께 대한애국당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고, 김 의원은 이렇다 할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친박계 탈당설’이 불거진 것은 당내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다. 한국당 공천 시스템을 논의하는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의 신상진 위원장은 7일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있었고 그 뿌리가 되는 20대 총선 공천의 후유증이 있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특정 의원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홍 의원 주도로 제2의 ‘친박 신당’이 창당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9일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절대 용서 안 하고, 황 대표도 이미 버린 카드여서 친박 신당이 출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껴안기냐, 내치기냐…딜레마 빠진 황교안공천 불이익을 예상한 친박계 의원들의 탈당설이 흘러나오면서 황 대표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친 뒤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골몰해 왔다. 2016년 총선 ‘공천 파동’의 장본인인 강성 친박계 의원을 내치지 않으면 중도층 지지를 회복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이들을 대폭 물갈이하는 것은 ‘보수 대통합’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그의 딜레마다.

한국당 한 초선 의원은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확실한 인적 쇄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데 대다수 의원이 동의하고 있다”며 “신상진 위원장의 공천 관련 발언도 ‘이젠 친박당이란 프레임(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홍 의원 탈당설에 대해 “(홍 의원의 말을) 직접 듣진 못했는데 진위를 알아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면서도 “당내 분열은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에 대한 물갈이가 가시화되면 황 대표 취임 후 수그러들었던 당내 계파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탄핵 책임론’에 관련된 의원 상당수가 공천 탈락을 예상해 친박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를 보이면 황 대표도 섣불리 물갈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천이 다가올수록 황 대표는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 양쪽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껏 봐 온 황 대표 특성상 이런 난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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