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15대 중견그룹 CEO에 "일감 몰아주기 근절 동참" 요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재벌개혁과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 15개 중견그룹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불공정 관행에 대해 앞장서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15개 중견그룹(11~34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CEO와의 정책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공정경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공정위 CEO 정책간담회는 공정위와 재계간 현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해 5월 열렸던 10대그룹 CEO 간담회 이후 1년 만이다. 2017년 11월에는 5대그룹 CEO 간담회도 열린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열린 CEO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공정경제와 재벌개혁 두 가지 주제를 화두로 꺼냈다. 공정경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3대 축 가운데 하나다.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란 모든 경제주체에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보장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업이 적기에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기업지배구조와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개혁을 위해서는 엄정한 현행법 집행, 기업들의 자발적 변화, 최소한의 영역에서 입법적 조치라는 원칙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며 "이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일관된 속도와 의지로 재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15대 중견그룹 CEO들에게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선제적으로 근절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독립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며 "그 결과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뿐만 아니라 존립할 수 있는 근간마저 잃었다"고 지적했다.또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회사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계열사들의 일감이 그 회사에 집중되는 경우 합리적인 근거를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경쟁의 부재(不在)는 대기업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 협력업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도급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혁신 성장의 싹을 잘라 버리는 기술탈취 행위의 근절을 위해 하도급법 등 입체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석태수 한진 부회장, 박근희 CJ 부회장, 신명호 부영 회장직무대행, 이광우 LS 부회장, 박상신 대림 대표, 이동호 현대백화점 부회장, 김규영 효성 사장, 이강인 영풍 사장, 박길연 하림 사장,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유석진 코오롱 사장, 김택중 OCI 사장, 여민수 카카오 사장, 김대철 HDC 사장, 주원식 KCC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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