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임단협 '난항'…업황 그늘에 장기화 조짐

(사진 왼쪽부터) 현대해상,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본사 전경.
손해보험사들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영환경과 실적에 드리운 암운이 노사갈등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 가운데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노사가 임금협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해상 노조는 올 7월부터 사측과 임단협에 돌입했다. 총 14번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현재 본사 1층 로비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경영성과급 제도 변경을 놓고 노사간 마찰이 일어나기 시작됐다. 그동안 현대해상 직원들은 실적에 따라 경영성과급을 최대 700%까지 받을 수 있었으나 사측이 제도를 변경하면서 성과급이 30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성과급이 임금이나 노조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임단협에서 경영성과급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성과급 제도를 변경했다며 지난 8월 사측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했다.현대해상이 경영성과급 지급기준 변경을 철회하라는 노조 측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임단협은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됐다.

김병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현대해상지부장은 "이번달 1단계 투쟁인 천막농성 후에도 사측의 입장변화가 없다면 내년 1월부터 전 조합원이 단체행동 2단계 투쟁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도 임금협상을 두고 노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올해 12차례에 논의를 진행했으나 노사간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5% 인상,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등을 추진 중이다. 사측은 1% 임금인상과 호봉제 폐지, 희망퇴직 등을 요구하면서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노사 갈등, 노노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손해보험은 입단협 최종안이 통과됐다.

한화손보는 전날 진행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전체 유권자의 86.84%가 참여, 이 중 71.04%가 찬성표를 던져 사측의 최종안을 받아들였다.당초 한화손보의 제1노조와 제2노조는 지난달 30일 임단협 결렬에 따른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측이 임금 2% 인상, 일시금 200만원 지급이라는 새로운 개선안을 제시하면서 이를 유보했다.

기나긴 진통 끝에 임단협은 마무리 됐으나 노조간의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측의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인 제1노조와 달리 총파업을 예고했던 제2노조가 임단협 통과에 반발하고 있는 탓이다.

보험업계는 매해 임금협상을 두고 갈등을 빚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유독 좋지 않다. 보험시장 성장이 둔화된데다 상품 손해율마저 치솟으면서 실적이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손보사의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6% 감소한 2조913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폭염과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액이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를 넘어섰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또한 90%에 육박해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노사간 협상은 매년 지연돼 왔지만 올해는 노사의 입장 차이가 예년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저하되고 대외환경도 점차 악화돼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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