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정체는?…사우디 등에 업은 111조 투자 집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20일 쿠팡에 국내 인터넷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투자하면서 비전펀드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회장은 2015년 6월 쿠팡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추가 투자의 주체는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아닌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분기 이 비전펀드에 쿠팡 지분 전량을 7억달러에 넘겼다.비전펀드는 손 회장이 2016년 1000억달러(약 111조원)의 자금을 조성해 만든 펀드다. 최대 출자자는 사우디 정부계 투자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다. 이 펀드는 세계 정보기술(IT) 생태계를 구축하고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직접 쥐겠다는 목표로 조성됐다.

이 가운데 핵심은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이를 위해 비전펀드는 2016년 243억파운드(약 35조원)를 투자해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을 인수했다. 또 세계 최고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미국의 엔비디아에 40억달러(약 4조45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플립카트 그룹에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을, 올 들어서는 GM 자율주행차 연구에 22억달러(2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등 글로벌 IT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밑바닥을 차근차근 다지고 있다.손 회장은 2016년 비전펀드를 조성하면서 '5년간 100개의 IT스타트업 기업 인수'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제2사분기 결산설명회에서 "비전펀드는 하나의 테마를 향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AI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쿠팡에 대한 투자도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손 회장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쿠팡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한 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업체"라며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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