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도시계획위 혁명' 선언…상임기획단 강화에 방점

내부 '전문가 집단' 키워 철학 반영된 장기적·통합적 도시계획 복안
'박원순표 도시계획'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곳에 대규모 개발 관측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도시계획 전반을 심의·자문하는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면서 변화의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박 시장이 '혁명'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도계위의 변화를 예고한 것은 싱가포르 출장 중이던 지난 8일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그는 "현재 도계위 위원들은 주로 명예직으로, (상임이 아니어서) 와서 회의만 하고 간다"며 "도계위의 전문성을 훨씬 강화하겠다.

혁명적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16일 서울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시장의 도계위 변혁 복안은 도계위원들의 심의·결정을 돕는 서울시 내부 조직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의 기능을 강화하고 조직을 확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지금까지보다 더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의 도시계획을 하기 위한 취지라고 이들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울시 도계위는 보통 25∼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이 중 시 공무원 4명이 상임위원이고 나머지는 비상임위원이다.

비상임위원은 4∼5명의 시의원과 설계·건축·환경·교통·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 17∼21명으로 구성된다.

대다수인 비상임위원은 한 달에 두 차례 모여 도시계획 안건을 심의하는데 박 시장이 "주로 명예직으로, 와서 회의만 하고 간다"고 지적했듯이 다소 부족한 이들의 세부 현안 파악을 뒷받침하는 조직이 바로 상임기획단이다.박사급 직원 11명이 도계위에 올라가는 안건을 검토하고서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심의 결과를 정리한다.

경관 시뮬레이션과 정책 조사·연구도 맡는다.

그간 외부로 존재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강남의 최대 규모 재건축 아파트단지인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재건축 심의 등 중요한 사안마다 막후 조정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2년의 도계위원들은 안건의 세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때 상임기획단에서 맥을 짚어 주거나 사안의 추이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다 보니 이들이 정한 방향성이 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때가 많다.

도시계획의 '숨은 일꾼이자 실력자'인 셈이다.

싱가포르에서 박 시장은 '도계위 혁명'을 언급하며 "주거와 상업지역, 커뮤니티 시설이 함께 들어가는 철학과 내용이 있는 도시계획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3선 성공으로 마지막 서울시장 임기를 보내는 박 시장이 상임기획단 기능 강화와 조직 확대를 통해 도시계획에 자신의 철학을 더 강력하게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소 경직돼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박원순표 도시계획'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한 것으로 대표되는 박 시장의 도시계획 기조가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밝혔듯이 꼭 필요한 곳에는 대규모 개발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는 엇갈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임기획단을 확대하는 것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도시계획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도계위에서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 검토한 뒤 안건을 심의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반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 시장이 도시계획 방면에선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이 없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 도시계획국 등 기존 조직을 잘 돌아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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