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합헌 … 대체복무제는 필요"

위헌 4명 … 정족수 6명에 미달
병역 확보 목적 … 처벌 정당
재판관 4명 '예방효과 없어' 위헌

내년까지 병역법 개정해야
대체복무제 규정 않은 법조항
재판관 6명 '헌법불합치' 의견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다만 대체복무 방안을 두지 않은 지금의 상황은 ‘위헌’이라며 2019년 말까지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문했다. 대체복무제가 없어 무조건 수감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헌재 “양심적 병역 거부 처벌 합헌”헌재는 28일 입영 소집에 불응하면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4(일부 위헌) 대 1(각하)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법원이 낸 위헌법률심판 6건과 차모씨 등 22명이 낸 헌법소원사건 22건에 대한 판단이다.

제88조는 ‘현역입영 대상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병역법 위반에 대해 지금까지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을 선고해 왔다. 헌재는 “처벌조항은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는 기존 판단을 다시 확인했다.

합헌 결정이 났지만 4명이 ‘일부 위헌’으로 판단하는 아슬아슬한 승부가 벌어졌다.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등 4명은 합헌 판정을 내렸다. 김창종 재판관은 청구 자체를 ‘재판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이진성 김이수 이선애 유남석 재판관 4명이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이 중요하지만, 형사처벌이 특별예방효과나 일반예방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다. 형사처벌로 인한 불이익이 너무 커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병역법 제5조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진성 김이수 강일원 서기석 이선애 유남석 재판관 등 6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진성 김이수 이선애 유남석 재판관은 처벌조항을 위헌으로 본 연장선상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처벌조항을 합헌으로 본 서기석 강일원 재판관이 대체복무제의 부재를 과잉처벌 등으로 판단한 점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견인했다. 반면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은 “대체복무제 마련은 입법사항일 뿐”이라는 각하 의견을 냈다. 김창종 재판관도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각하 의견을 냈다.

◆2020년부터 대체복무제 시행 전망외형적으로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내용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요구해온 대체복무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를 악용한 병역 기피 증가나 이로 인한 국가안보의 지장은 없을 것으로 봤다.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한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하면 병역기피자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지만 안창호 재판관은 “양심을 빙자한 병역 거부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공’은 대법원과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대법원은 최근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늘자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다음달 공개 변론을 열 예정이다. 현재 대법원에는 200여 건의 병역법 위반 사건이 계류돼 있다. 국방부는 헌재 결정 직후 “종교적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기간을 일반 병사보다 길게하고 업무 강도도 높여 이 제도의 악용을 막겠다”고 밝혔다.

이상엽/이미아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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