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마지막 思婦曲… "국립묘지 절대 안 가, 마누라와 같이 누워야겠다"

김종필 前 국무총리 별세

고향 충남 부여 가족묘 안장키로
“평생을 자애와 관용으로 순응하면서 내조해준 당신에게 끝없는 경애를 드립니다.”

지난 23일 향년 92세로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보낸 사부곡이다. 김 전 총리는 생전에 애처가로 유명했다. 그는 2015년 숙환으로 세상을 떠난 부인 박영옥 여사를 지극정성으로 간병했다. 김 전 총리가 고향인 충남 부여 선산 가족묘에 안장되는 이유도 부인과 나란히 묻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국립묘지엔 절대 가지 않겠다”며 “가족묘에서 마누라와 같이 누워야겠다”고 말했다.그가 세상에 남긴 유언집 《남아 있는 그대들에게》에서도 부인을 향한 애절한 사랑을 전했다. 그는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른쪽 팔과 다리가 불편했지만 매일 휠체어에 앉아서나마 아내의 병상을 지켰다”며 “딸 예리가 자꾸 집에 가라고 했지만 아내 곁을 떠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부침(浮沈) 많은 정치를 했던 그는 생전에 ‘그림자 내조’를 한 부인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를 하며 여러 번 부침을 겪은 제 곁에서 좋을 때나 힘들 때나 한결같이 그림자 내조를 해왔다”며 “보잘것없는 나를 늘 사랑하고 위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을 위해서라면 권력자도 무서워하지 않았다고 아내를 회상하기도 했다. 박 여사는 정치적 견제 속에 1968년 5월30일 남편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자 삼촌인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 사람 같은 충신이 또 있는 줄 아세요”라고 울먹이며 따지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 문제에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던 아내가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며) 내심 억울한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라고 했다.김 전 총리의 장례는 유언에 따라 국가장 대신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김 전 총리는 5일장을 치른 뒤 서울 청구동 자택으로 이동, 노제를 지내고 서초동에서 화장을 한다. 이후 충남 부여로 가는 동안 모교인 공주고 교정을 들러 노제를 한 차례 더 지낼 예정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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