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MSCI 신흥국지수에 사우디·아르헨 편입… "한국 증시서 최대 8兆 자금 이탈 우려"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가 편입된다. 올해 중국본토 주식(A주) 편입이 시작된 상황에서 다른 국가 비중이 커지면 한국 증시에서 추가로 수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업체인 미국 MSCI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를 내년 중반부터 신흥국지수에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MSCI는 “사우디 정부의 민영화 노력으로 투자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흥시장 지수에서 사우디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10조달러(약 1경1000조원) 규모의 자산이 MSCI 지수를 추종하고 있으며 900개 이상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중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는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로 추정된다. 한국은 중국, 대만 등과 함께 신흥국지수에 편입돼 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사우디의 편입 비중을 2.6%로 계산하면 한국 비중은 기존보다 0.40%포인트 줄어든다”며 “한국 증시에서 최대 8조3600억원의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편입 시점은 내년 5월이나 8월이 유력하다.증권가에서는 중국 A주의 편입 영향까지 고려하면 2023년까지 약 30조~40조원의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패시브 펀드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먼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했던 중국 중형주 편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르헨티나도 구제금융 영향으로 미국예탁증서(ADR)처럼 역외에 상장한 기업 주식만 편입하게 됐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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