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대통령도 묘수 없는 한국지엠의 위기 진단

-자동차회사의 가장 큰 위기는 판매 부진
-먹고 사는 문제가 죽고 사는 문제 될 수도

연간 14만대 판매로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지만 과거 쌍용차 판매가 지금의 절반인 7만대에 머물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가 2005년이다. 이후 9만대로 올랐지만 2000년대 후반 국제 경유 가격이 휘발유에 맞먹을 정도로 오르며 SUV 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디젤 SUV가 직격탄을 맞고 쓰러졌다. 디젤 SUV가 대부분이었던 쌍용차에 엄청난 위기가 닥쳤던 셈이다. 이후 ‘구조조정 vs 고용유지’가 팽팽히 맞서며 극심한 대립을 겪었고, 훗날 회사가 정상화되면 우선 복직을 조건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각 자의 시각에서 ‘상하이차의 먹튀’, 회계부정 등을 언급했지만 이는 모두 부수적인 해석일 뿐 80% 정도에 달하는 근본적으로 이유는 바로 국제 경유 가격 인상에 따른 디젤 SUV 판매 부진이었다. 제조물이 안 팔리니 손해는 당연했고, 이 과정에서 신제품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제조업은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야 공장이 돌아가고 임금과 일자리가 유지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과거 쌍용차 얘기를 끄집어 낸 이유는 지금의 한국지엠 상황이 그 때와 다르지 않아서다. 다만 쌍용차처럼 기름 값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니지만 제조물, 즉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만큼 돈이 부족하고 이런 상황에서 출고만 기다리는 제조물이 야적장을 가득 메웠으니 공장 가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애써 생산해봐야 더 이상 쌓아 둘 공간조차 부족할 뿐이다.

그렇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왜 판매가 부진했을까?"에서 찾는 게 정답이다. 이유는 내수 시장의 포화다. 승용 기준 150만대 시장에서 한국지엠의 비중은 10%를 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승용 시장 점유율은 8%에 머물렀다. 10%도 모자를 판에 2016년 대비 오히려 2.8% 줄었다. 신제품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가격도 매력적이지 못했다.

-선택은 '박리다매(薄利多賣)'와 '다리박매(多利薄賣)'
-내수 승용차 시장 규모, 150만대 내외 한계

그럼 가격을 내려 판매를 늘리면 됐던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여기서 선택은 '박리다매(薄利多賣)'와 '다리박매(多利薄賣)'로 나뉜다. 단적인 예로 1,000원짜리 자동차를 정상 판매해 100원을 남길 수 있다면 100대를 팔았을 때 1만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가격을 980원으로 내리면 대당 이익은 80원이 되고, 똑 같이 1만원의 이익을 내려면 25%가 증가한 125대를 팔아야 한다. 시장 규모가 1,000대일 때 100대를 팔면 10%, 125대는 12.5%로 증가하지만 이익은 같다. 그런데 경쟁사가 앉아서 점유율을 빼앗길 수는 없다. 그래서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내리면 경쟁사 또한 그만큼 판매가 늘기 마련이다. 이 경우 점유율은 다시 10%로 떨어질 수 있고, 한번 내린 가격은 다시 올리기 어려운 만큼 980원으로 100대를 팔면 오히려 이익은 8,000원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누구든 1,000원을 받고 100대를 팔아 1만원을 남기는 방법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그간 한국지엠이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쓰지 못했던 것도 결국은 둘 가운데 후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시장 방어력이 워낙 높아 팔 걷고 싸워봐야 얻어갈 실익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내수보다 오랜 기간 수출에 주력한 것도 이런 국내 시장의 포화가 한 몫 했다. 공장 가동의 유일한 희망은 수출이었고, 덕분에 한 때 생산은 연간 100만대에 육박했다.

그런데 GM 본사에 고민이 하나 생겼다. 글로벌 곳곳에 지분을 보유한 공장 가운데 유럽이 삐끗했다. 그래서 오펠의 적자 병을 치유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웠다. 오펠과 쉐보레 차종이 브랜드만 다를 뿐 유럽 시장에서 겹치니 오펠을 선택하고 쉐보레를 빼버렸다. 그 탓에 유럽 쉐보레 물량을 생산하던 한국지엠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생산은 반토막 났다. 이를 두고 한국지엠은 미국 본사에 생산 물량 보전을 요구했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