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스마트폰 메이커 화웨이의 소비자 제품 부문장인 리처드 유 CEO가 9일 세계 최대 국제가전쇼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기조연설에서 분통을 터뜨렸다.그의 이날 연설은 '화웨이의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성격의 자리였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미국의 이동통신사 AT&T와 화웨이의 협상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 협상 무산에는 중국의 첨단 기술 스파이 행위를 의심하는 미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무대에 선 유 CEO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웨이는 지난 한 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준비를 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배우 가운데 하나인 갤 가돗을 최고경험책임자(Chief Experience Officer)로 영입했고, 미국인에게 '화웨이' 발음을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와 웨이(Wow Way)'라는 옥외 광고판을 만들어 걸기도 했다.그리고 리처드 유 CEO가 CES 개막 연설 키노트에서 메이트 10 프로의 미국 시장 출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 계획이 막판에 완전히 무산된 것이다.
그는 연설이 끝날 무렵 대본에 없던 강경한 어조로 AT&T의 계약철회를 비판했다.그는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 제품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미국 소비자들은 최고의 선택권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90% 이상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면서 "(화웨이의 진출이 좌절된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에게도 큰 손실이지만, 가장 큰 피해는 미국의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려던 화웨이의 계획이 무산되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IT 전문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정치적 압력으로 이번 거래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 정보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20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서한을 보내 화웨이의 미국 시장 진출 계획에 우려를 표명한 후 AT&T가 거래 취소 압박을 받았다.
더구나 이번 소식은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이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을 인수하려던 시도가 불발된 후 나와 주목된다.
앞서 앤트파이낸셜은 규제 당국의 거부로 머니그램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앤트 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이번 인수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상무부 전직 관료인 허웨이웬은 "중국과 미국 간 투자 협력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 첨단 산업의 성장이 미국에 미칠 영향을 매우 걱정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의 인수합병으로 미국 기술이 이전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징벌적 조처를 한다면) 중국은 대응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들도 투자 전략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