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파워'…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방향도 바꾼다

서울시, 상행서 하행 위주로 검토
하이힐 여성·노인들 불편 호소
"배려 좋지만 지나친 행정" 지적도
서울시가 상행(上行) 위주의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하행(下行) 위주로 바꾼다. 계단은 올라가는 것이 더 힘들다는 통념과 달리 내려갈 때 신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크고 낙상 위험도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시내 지하철역 내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지상으로 나오는 출구가 좁아 상행 에스컬레이터만 운행하는 곳이 대상이다. 예컨대 합정역(2호선) 5번 출구에는 계단 옆에 상행 에스컬레이터 하나만 설치돼 있는데 이를 내려가는 방향으로 바꾼다는 얘기다.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57개 지하철역에 이 같은 에스컬레이터는 141대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나 노약자, 어린이는 계단을 내려갈 때 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달중 일부 역사에서 시범 시행을 하고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대별로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하행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많을 때는 상행으로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사무실이 밀집한 시청역(1호선)은 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가는 사람이 역사 밖으로 올라가는 사람보다 많지만 상행 에스컬레이터만 운행되고 있다. 지난해 시청역의 퇴근 시간대(오후 6~9시) 승차객은 하루 평균 9694명, 하차객은 2381명이었다. 반대로 주거밀집 지역에 있는 지하철역은 출근 시간대 하행 에스컬레이터를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서울시가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장애·연령·성별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환경·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여전히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시청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오모씨(28)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다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며 “여성이나 어르신을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행정”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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