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디젤차 유럽서 300만대 리콜

벤츠 '제2의 폭스바겐' 되나

11만대 수입한 한국은 리콜 제외
배출가스 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독일 다임러그룹이 유럽에서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의 디젤 차량 300만 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유로5, 유로6 배출 허용 기준에 따라 생산·판매한 벤츠 디젤차량 대부분이 해당한다.

다임러그룹은 소비자가 차를 가져오면 엔진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정비해 주겠다고 밝혔다. 관련 비용은 대당 70유로씩 2억2000만유로(약 2850억원)가 소요될 전망이다.다임러는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환경당국이 검사할 때는 배출가스를 적게 내보내고, 일반적인 주행 시에는 배출가스를 많이 내보내는 방식으로 차량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관련 수사를 받고 있으며, 5월에는 본사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수백 명의 검찰과 경찰 인력이 본사에 들이닥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이 문제로 조사를 받는 중이다.

조작을 인정한 폭스바겐과 달리 다임러는 그동안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배출가스 통제를 허용한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현행법을 어기지 않았다며 모든 법적 수단을 이용해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다임러가 자발적으로 리콜하겠다고 나서면서 감독당국이 이를 허가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콜이 허용된다면 다임러가 폭스바겐처럼 대규모 벌금을 물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디터 체체 다임러 최고경영자(CEO)는 “디젤차 운전자를 안심시키고 디젤 기술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자동차업계에 유행한 ‘깨끗한 디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디젤차를 아예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장관은 이달 초 휘발유 및 디젤 차량 판매를 2040년까지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한국에서도 다임러그룹의 조치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리콜 대상에 한국은 제외됐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부는 지난 18일 배출가스 조작이 의심되는 벤츠 11만349대가 국내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신형 E-클래스 외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판매한 상당수 차량에 문제의 디젤 엔진이 장착된 셈이다. OM642, OM651 등 해당 디젤 엔진을 장착한 국내 인증 차량은 47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독일에서 불법 행위가 확인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문제를 확인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폭스바겐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기 때문에 이번 벤츠의 자발적 리콜이 ‘제2의 폭스바겐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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