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범죄·약물 경력자, 유치원버스 운전 못한다

경찰, 별도 운전자격증 도입…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력 심사
국회서도 관련 법 개정 추진, 학부모 "불편 늘까" 우려도
자격 강화로 인건비 부담 늘면 영세학원들 자동차 운행 멈출 수도
경찰이 유치원버스 등을 운전하려면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어린이통학차량 자격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국회에서도 입법이 진행되고 있어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일 “어린이통학차량 운전을 위한 자격증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 연구 용역도 지난달 발주해 오는 11월께 연구 결과가 나온다. 기존 운전면허와 달리 특화된 필기·실기시험을 거친 뒤 전문적인 통학차량 운전자를 길러낸다는 게 경찰 방침이다. 운전자의 범죄 경력과 약물·알코올 남용 여부도 조사한다. 또 심폐소생술 등 응급상황 시 대처능력을 검증한다.
경찰의 이런 시도는 ‘세림이법’ 시행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세림이법은 어린이의 승하차 시 보호자가 반드시 동승하도록 하는 등 어린이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2013년 3월26일 청주시 산남동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평소 타고 다니던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올 1월29일부터 모든 어린이통학차량에 전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세림이법 시행 이후에도 매해 30여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어린이통학차량으로 인한 어린이 사고는 151건이다. 어린이 사망자가 10명, 부상자는 245명에 달한다. 세림이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세림이법이 규제하는 어린이통학차량은 유치원, 초등학교, 학원, 체육시설 등이다. 이 중 체육시설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태권도, 유도, 검도, 권투, 레슬링 등 6개로 한정돼 있다. 초등생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축구, 농구교실 등의 어린이스포츠클럽이나 수영장 합기도 학원 등은 예외다.학부모들은 안전기준 강화에 공감하면서도 영세 유치원 등에서 통학차량 운영 자체를 포기할까봐 우려하기도 했다. 네 살짜리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강모씨(31)는 “세림이법조차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자격 강화에 따른 인건비 등을 이유로 통학차량 운영을 포기해 버리면 학부모의 불편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 자격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어린이통학차량 운전자의 자격을 강화하고 정부가 비용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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