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7 예산안 잉크도 안 말랐는데 추경이라니…

정부와 새누리당이 어제 ‘긴급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회의’를 열고 새해 2월까지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내년 경제도 전망이 좋지 않으니 1분기에 30% 이상, 상반기에 60% 이상으로 예산을 조기집행키로 하면서 나온 안이다. 400조5000억원의 세출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추경 논의가 나오는지, 딱한 상황이다.

형식은 내년 경제를 걱정하는 새누리의 강력한 요청에 정부가 ‘적극 검토’로 응답한 것으로 돼 있다. 조선 구조조정 이후 일부 지역경제의 타격, 중소기업과 소규모 사업자들의 어려움, AI 확산과 계란파동, 지속적인 소비위축 등 최근의 현상을 감안할 때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소비확충을 포함해 경제 현안 중 어느 것도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니다. 오히려 경제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억누르며 경기위축을 가속화시킨 것은 국회의 온갖 반시장적인 규제입법들과 타성에 젖은 정부의 규제행정이다. 시작도 안 한 예산을 더 풀자는 처방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구조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추경편성이 연례행사처럼 되는 것도 곤란하다. 나랏살림이 임기응변적 주먹구구식일 수는 없다. 야당은 추경에 긍정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편성논의가 시작되면 온갖 조건을 들이댈 것이며, 국회의원들의 묵은 민원까지 별의별 잡동사니 사업이 다 날아들 것이다. 지난여름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추경’에 끼어든 항목들을 한번 돌아보라. 돈 쓰기 좋아하는 국회가 어떤 제안인들 못 하랴만, 예산편성의 최종 책임은 정부가 지게 된다. 유일호팀은 신년 추경의 법률적 요건이 맞는지, 편성의 목표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살펴봐야 한다. 자칫하면 대선을 앞둔 시점의 나눠먹기 파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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