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신불립…국민 신뢰 없이는…" 남기고 떠난 법무장관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 27년 공직생활 마감

"이임식을 마음 같아선 축제의 장으로 치르고 싶지만, 국가적인 어려움에 처한 만큼…"(사회자)
2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김현웅(57·사법연수원 16기) 장관 이임식장에 참석한 검사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이임식의 주인공인 김 장관 역시 직원 500여 명의 기립박수 속에 등장했지만, 입가는 잔뜩 굳어 있었다.

대형 스크린엔 김 장관의 재임 510일간 업적을 소개하는 영상이 펼쳐졌다.

그러나 강당의 공기는 마치 무엇인가에 눌린 듯 착 가라앉았다."장관님 존경합니다"란 영상 속 직원의 외침은 이내 다음 장면의 요란한 효과음과 함께 힘없이 사라졌다.

한 간부는 "본인의 잘못도 아닌 데 그만두고 싶었겠냐"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정황은 모르지만 김 장관의 사의가 아름다운 과정을 거쳐 나온 게 아닌 건 모두가 안다"고 했다.검정 정장에 왼쪽 가슴에 꽃을 단 김 장관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오직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의 자세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법무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 왔다"고 이임사를 시작했다.

그가 지난해 취임사에서도 언급했던 민무신불립은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백성의 신뢰 없이는 나라가 설 수 없다'는 의미다.주변에선 김 장관이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던지는마지막 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장관은 또 "그동안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고 법무·검찰에게 주어진 소명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인식해야 한다"며 '부위정경'(扶危定傾)이란 사자성어를 말하기도 했다.

부위정경은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란 의미다.

이 역시 대통령이 연루된 '비선 실세'의 범죄를 엄단하려는 검찰에 대한 응원이자 국가적 위기를 맞아 법무·검찰이 흔들림 없이 역할을 다해달라는 당부로 해석될 수 있다.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 장관은 "언제 어디서나 여러분의 정진과 성공을 응원하겠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는 말로 27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임식 후 법무부 청사 앞에서 간부들과 기념촬영을 한 김 장관은 사자성어의 뜻을 묻는 취재진에 "이임사에서 다 말했다"고 답하고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한 검사장은 "이임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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