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인원 부회장, 빈소 이틀째…신동빈 회장 첫날 '눈물의 조문'

[ 오정민 기자 ] 롯데그룹의 2인자인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이틀째 조문이 이어진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빈소에는 전날에 이어 그룹 계열사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줄지어 조문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날 오전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비통해했다.

신 회장은 오전 9시37분 검은색 벤츠를 타고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20여 명의 롯데그룹 임직원과 60여 명의 취재진으로 북적이는 장례식장에 들어서는 신 회장은 얼굴이 상기되고 눈이 충혈된 모습이었다.

빈소 앞에 대기한 취재진이 신 회장에게 심경과 이 부회장의 마지막 보고가 언제인지 등의 질문을 했으나 "나중에 (말)하겠다"고 말하고 빈소 안으로 들어갔다.신 회장은 장례집행위원단장을 맡고 있는 소진세 롯데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롯데쇼핑 사장 등과 함께 묵념을 했다.

관 앞에서 대표로 헌화를 한 신 회장은 4분 여간 묵념으로 고인을 기렸다. 고인의 영정사진을 30여 초간 바라보던 신 회장은 결국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듯 눈물을 떨궜다.

신 회장은 상주인 이 부회장의 아들 정훈씨, 며느리 방건혜씨와 인사를 나눴다. 신 회장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식당으로 들어섰다.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소 사장,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등과 둘러 앉아 대화를 나누며 약 30여 분간 식사했다.

간간이 이정욱 롯데삼동복지재단 상무 등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신영자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도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신 회장과 인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신 회장은 빈소에 51분 간 머무른 후 10시30분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는 기자들이 심경 등의 질문을 쏟아내자 재차 울음을 터뜨렸다. 신 회장은 눈물을 흘리며 한마디도 않고 빠르게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이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 3인방 중 한 명인 황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애도를 표했다. 황 사장은 25일 본인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이 부회장과 마지막으로 연락했다고 전했다.

황 사장은 "(이 부회장이) 그룹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셨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검찰청에 들어가기 전에 (연락했는데 이 부회장이) 열심히 잘 받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장님께서도 애통해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날에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조문을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장례는 롯데그룹장인 5일장으로 치른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직원들은 교대로 이 부회장의 빈소를 지키기로 했다.

고(故) 이 부회장은 43년간 롯데그룹에 몸담은 신 회장의 최측근이자 롯데그룹의 2인자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2011년에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 본부장에 올랐다. 롯데그룹에서 오너일가를 제외하고 순수 전문경영인으로 부회장 직함까지 단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합리적인 경영 방식으로 그룹 내부에서 임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에 있어서는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치는 철저함, 불시에 점포 매장을 방문하는 현장점검으로 유명했다. 롯데그룹은 이 부회장을 '평생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출석 예정이던 지난 26일 오전 7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 임직원과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는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게 사정당국의 전언이다. 경찰은 이날 부검 후 자살로 결론내렸다.

한편, 이 부회장의 자살로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의혹 수사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장례식으로 주요 피의자 소환 일정이 미뤄지고 신 회장의 최측근인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비리 규명을 위한 핵심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주요 피의자에 대한 소환이 늦어지면 수사 마무리 시기는 추석 연휴를 넘길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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