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역대 美대통령 중 대선에 가장 깊숙이 개입"

50%대 지지율 바탕 트럼프 때리고 '오바마 레거시' 지키기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대선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왜일까?
미국 정가에서는 이번 대선이 민주, 공화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인 힐리러 클린턴 전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이 아니라 '힐리리-오바마 vs 트럼프'의 대결로 본다.연임 대통령인 오바마가 트럼프 공격의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당 경선 마지막 무대인 지난 14일 워싱턴DC 프라이머리가 열리기도 전 '힐러리 지지'를 선언한데 이어 15일에는 승부처인 위스콘신 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합동유세를 하기로 했다.

비록 올랜드 주 총격 참사 탓에 이 유세는 연기됐지만 '힐러리-오바마' 조는 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공식절차인 다음 달 전당대회 전에 한두 차례 합동유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프린스턴대학의 대통령 전문가인 줄리언 젤라이저는 NBC방송에 "내가 기억하는 한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에 가장 크게 개입했다"며 "단순히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공화당 후보를 격하게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움직임은 '무슬림 입국 금지' 등 트럼프의 가치와 철학이 미국의 정신에 반한다는 신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월 볼티모어 회교사원을 방문해 "이슬람은 늘 미국의 일부였다"며 트럼프의 반(反) 무슬림 발언이 미국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폈다.또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를 묘사하면서 '급진적 이슬람'(radical islam)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줄곧 물고늘어지는 것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4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해 올랜도 총격참사의 수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기자들을 만나 "이 용어를 사용해 이루려는 게 정확히 무엇인가? 그것이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들을 덜 죽이게라도 약속해주는가?"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가 모든 무슬림의 미국 이민을 금지하자고 주장한다"며 "미국이 큰 붓으로 모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색칠하는 덫에 빠지거나, 우리가 한 종교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이는 테러리스트들을 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특히 극단적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의 업적, '오바마 레거시'가 백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핵합의와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파리 기후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 국내외 업적이 그것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자신은 기독교인이며 1961년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 출생증명서를 공개하기 전에 트럼프가 수차례 자신의 출신배경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트럼프 때리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클린턴 전 장관 캠프는 오바마의 지원사격을 반긴다.

그가 지지율 50%를 웃도는 인기있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도전자가 현직 대통령을 공격하는 게 보통인 역대 대선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젤라이저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보수세력의 공격을 경험한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폐기될 정책을 지키기 위해" 대선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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