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성별은 엔지니어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석위수 < 볼보그룹코리아 사장 wisoo.suk@gmail.com >
내가 몸담고 있는 건설기계 분야는 대부분 인력이 남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남초 현상이 뚜렷한 업계 중 하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가 꼭 남성일 필요는 없으며, 여성도 누구나 훌륭한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섬세하고 감성적인 분야에서 여성 엔지니어의 활약은 눈부시다.한 기업체 대표로 일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만, 여성 엔지니어와 인사를 나눌 일은 그리 흔치 않다. 10년 전인 2006년만 해도 국내 기계공학과 신입생 중 여학생이 5% 이하로 그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고, 그중에서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 비율은 더욱 낮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과거에 비해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업계에서도 여성 인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점차 여성 엔지니어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한국에서도 2002년부터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여성 공학인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의 공학계열 진출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음을 실감한다.

다만 여성 공학도가 지속적으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건 아직 숙제로 남아있는 듯하다. 이는 비단 여성 공학자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모든 여성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다.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50대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90%를 웃도는 것에 비해 여성은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로 60% 전후에 그쳤다.우리 회사 연구개발센터에선 현재 25명의 여성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다. 볼보그룹은 성 평등 인식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 양성평등 문화와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남녀 구분 없이 직원 본인의 능력에 따라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스웨덴에선 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기업 문화에 녹아들었다.

한국의 엔지니어들도 성별과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길 바란다. 이를 위한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건 기업의 수장인 나의 책임이자 의무다. 이것이 엔지니어와 엔지니어를 꿈꾸는 학생들을 응원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석위수 < 볼보그룹코리아 사장 wisoo.su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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