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경 청년 신춘문예] "회사 그만두고 출퇴근 하듯 카페로…소소한 일상서 찾은 희망 그렸어요"

장편소설 부문 - 하유지 씨
“작품을 쓰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청년신춘문예의 ‘청년’이란 말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도 청년이었으니까요. 그것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자 하유지 씨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거창한 작품을 쓰기보다 내가 관찰하고 상상한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016 한경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자 하유지 씨(33)는 “낮잠을 자다 당선 통보 전화를 받아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다”며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교과서와 학습교재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어릴 적부터 언니들이 읽으려고 사놓은 세계문학전집을 독차지해 읽던 문학소녀였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만 가졌던 그는 그저 글이 좋아 전공도 문예창작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앞선 탓에 원하는 만큼 글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한 출판사에 입사해 평범한 삶을 살았다.편집자로 몇 년 동안 살던 그는 고민에 빠졌다. 개인적인 시간을 낼 틈이 없는 빡빡한 회사 생활은 이게 자신에게 맞는 삶인지 되돌아보게 했다. 그는 2011년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소설 쓰기에 도전했다.

“퇴사하고 한동안 집에서만 지냈는데 점점 게을러지는 것을 느꼈어요.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카페나 도서관을 출퇴근하듯 다녔죠. 그때 봤던 사람들, 그들이 했던 말들이 작품의 소재로 다가왔습니다.”

당선작 ‘집 떠나 집’은 회사를 그만두고 집안일만 하던 주인공 ‘동미’가 삶의 변화를 찾기 위해 집을 나간 뒤 겪는 일을 잔잔하게 그린 소설이다. 옆 동네의 한 길모퉁이에 자리 잡은 찻집 ‘모퉁이’에 우연히 취직한 동미는 이곳을 찾는 여러 사람과 함께 성장한다. 심사위원들은 “끝까지 기발한 서사나 자극적인 갈등의 힘을 빌리지 않은 소박함이 이 작품의 최대 미덕”이라며 “소소한 일상에서 희망을 찾는 어떤 윤리 같은 것을 지닌 작품”이라고 평했다.
하씨는 “아직 시야가 넓지 않고 경험이 많지 않아 거창한 작품을 쓰기보다 내가 관찰하고 상상한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며 “자식 같은 작품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말했다. 신인인 그가 장편을 쓰며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각각의 장면을 하나의 큰 이야기로 엮는 것이었다. 소설을 보는 눈만 높고 실력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하씨를 믿고 격려해준 사람이 그의 남편이다. 프리랜서 영상 제작자인 남편은 하씨가 힘겨워할 때마다 믿음을 갖고 응원했다. 그는 “남편은 언제나 나의 편이 돼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하소설 《토지》를 쓴 고 박경리 선생을 가장 좋아한다는 하씨는 “아무것도 아닌 풍경이나 사물을 정교하고 신선한 단어로 묘사했을 때와 인물의 내면을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했을 때 소설 읽기의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씨의 목표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쓰는 것이다.

“꼭 소설이 아니어도 진심을 다해 쓴 글은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더 솔직하게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렇게 단 몇 사람에게라도 감동을 준다면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보람이 충분하지 않을까요.”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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