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불안한 흑자' 매출 줄고 이익 늘었다

'삼성착시' 없었던 1분기 실적

저유가 덕에 5분기 만에 영업익 7% 늘어
건설·조선 기저효과…삼성전자 빼도 영업익 25% ↑
수출·내수 동반부진에 기업 성장세는 '뒷걸음'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원가 절감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전년 동기에 비해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이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내수부진 여파도 이어진 탓에 상장사 매출은 1년 전보다 뒷걸음질치는 소위 ‘불황형 흑자’에 머문 것으로 분석됐다.

◆운수창고 영업이익 282% ↑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8일 발표한 올 1분기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실적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작년 1분기와 비교 가능한 501개사의 영업이익은 28조2637억원, 순이익은 20조928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은 1조8724억원(7.09%), 순이익은 7640억원(3.79%) 늘었다. 상장사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한 것은 2013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이다.

상장사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유가 하락으로 주요 기업 원가 부담이 줄었고, 각종 구조조정 및 비용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종별 실적을 살펴보면 유가 하락의 수혜를 크게 본 화학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66%, 순이익이 18.19% 늘었다. 해운·항공·교통 등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큰 종목이 많은 운수창고업의 영업이익도 282.09% 증가했다. 철강금속(25.03%)과 전기가스업(48.57%)의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전체 상장사 매출의 10.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상장사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24.5%, 순이익은 29.5% 급증하는 등 상장사 전반적으로 수익성 개선세가 두드러졌다.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과거 삼성전자의 호(好)실적이 다른 상장사들의 실적까지 좋게 보이게 만들던 ‘착시효과’가 이번엔 거꾸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순이익 폭증

이처럼 상장사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외형’은 줄어드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올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8% 줄어든 432조8233억원이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기업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뎠고 내수기업의 회복세도 뚜렷하지 않았던 탓에 상장사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기업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등으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이 줄었기 때문에 주요 상장사들이 뚜렷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거들었다.지난해 1분기 적자에서 올해 같은 기간 흑자로 전환한 업체는 LG디스플레이(4757억원), 효성(1165억원), 아시아나항공(596억원) 등 57개사였다. 적자전환한 회사는 코오롱인더(-2426억원), 대우조선해양(-1723억원), 두산중공업(-889억원) 등 43개사였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올 들어 흑자를 낸 곳은 77.25%, 적자에 머문 곳은 22.75%로 나타났다.

올 1분기 가장 좋은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금융업, 그중에서도 증권사로 나타났다. 47개 금융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8%, 순이익은 39.7% 증가했다. 특히 증권업은 영업이익이 221.0%, 순이익은 306.6%나 폭증했다. 금리 하락으로 채권 등 자기매매 이익이 늘어난 것과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탁수수료 수익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김동욱/이유정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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