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자연과 인생을 녹여냈죠"

英 조각가 내쉬 국제갤러리 개인전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영국 조각가 데이비드 내쉬가 나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무도 사람처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씨앗으로 태어나 싹을 틔우고, 비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성장한다. 세상을 떠날 때의 모습도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이겨낼 수 없는 병을 얻어 세상에 작별을 고한다. 영국의 조각가 데이비드 내쉬(69)는 ‘말라버린 고목도 한때는 성장하는 생명체였다’는 사실에 주목한 작가다.

그는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2관에서 내년 1월25일까지 7년 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16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나무로 작업하다 보면 나무가 생명을 갖고 나를 바라볼 때가 있다”며 “내 작업은 생명을 잃은 나무에 새 삶을 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내쉬에게 영감을 주는 요소는 나무의 다양한 생김새다. 그는 죽은 나무의 형태를 최대한 살려 오브제를 만들어왔다. 날씨가 만들어낸 목재의 균열, 나이테, 나무 종류에 따른 밀도와 질감 등이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었다. 그도 작업 초기에는 가공된 합판 목재를 썼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재료가 이끄는 형태를 만들고 싶어졌다. 수분을 가득 머금은 채로 고사한 나무를 수년간 말리고, 그렇게 생긴 나무의 균열과 뒤틀림을 관찰하고, 나무가 숨쉬는 모양을 바라봤다. 작가는 이 과정을 “재료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형태를 결정했다”고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는 나무와 브론즈 등을 소재로 한 조각 40여개와 파스텔과 숯으로 그린 드로잉, 안료를 덮은 종이를 불에 그을린 나무 액자에 끼운 삼면화 등이 소개된다. 직육면체 나무 9개로 이뤄진 ‘레드 월’, 코르크 나무 껍질을 쌓아 올린 ‘코르크 돔’, 거대한 나무 기둥으로 만든 ‘투 컷 코너 칼럼’ 등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죽은 나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그는 “쓰러진 나무의 껍질을 벗기면 처음엔 붉은 색이지만 6개월이 지나면 검붉게 변하고 그 후엔 흑색, 더 방치하면 회색으로 변한다”고 덧붙였다.너도밤나무, 삼나무, 은행나무, 오크나무, 유칼립투스 나무 등 성질이 다른 다양한 나무가 쓰였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제 작품 형태는 다양하지만 결국 나무를 향한 헌신, 열정,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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