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넘치는데 錢錢긍긍…투자상품 '씨'가 말랐다

"증권사 가면 원금보장 ELB만 권유"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췄을 때만 해도 금융투자회사들은 여유만만했다. 세후 연 1%대 은행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않는 고액 자산가들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했던 브라질 국채에서 최근 평가 손실이 커지고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들이 줄줄이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11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 금액은 총 6조9255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3669억원(16.4%) 급감했다. 종목형 ELS 발행은 571억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하락과 종목형 ELS의 원금 손실구간 진입 확대로 투자자들의 대기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프라이빗뱅크(PB)센터에선 손실구간을 50% 이하로 조정,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춘 지수형 ELS와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관련 문의만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체들이 내놓은 고위험상품에 대한 불신이 커진 여파라는 분석이다. 김성태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장은 “중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 ELB에는 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다른 상품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고배당 유도 정책으로 하반기부터 인기를 끌었던 배당주펀드도 요즘 들어 시들하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 배당주펀드의 최근 한 달 순유입액은 4600억원이다. 최근 3개월간 월평균 7160억원이 순유입되다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신영밸류고배당’ 등 주요 배당주펀드들이 최근 3개월 동안 평균 3.8%의 손실을 낸 때문으로 풀이된다.자산가들이 당분간 원금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투자전략을 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대형 증권사 강남지점의 한 프라이빗뱅커는 “최근 관심을 갖는 것은 3개월 만기 위안화예금, 만기가 1~3개월 남은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상품’이나 공모주 등 ‘치고 빠지기’가 가능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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