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에 꽂힌 홍콩 '큰손'…"제주서 전기차 시장 키운다"

"제주도에 가장 많은 것은?"이란 물음에 대한 답이 바뀌고 있다. 기존엔 '돌, 바람, 여자'가 고정답변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전기차'가 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홍콩의 큰 손이 제주도의 새로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혔다. 소치온 인테그레이티드에너지 회장(38)이다. 소 회장은 홍콩 내에서 반도체 유통 1, 2위를 다투는 AV콘셉트홀딩스 소육관 회장의 아들. AV콘셉트홀딩스는 1996년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홍콩 내에서 국내 기업의 반도체 유통도 담당하고 있다. 인테그레이티드에너지는 AV콘셉트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뉴콘셉트캐피탈(NCC)이 최대주주다.

지난 16일 한국을 찾은 소 회장을 서울 역삼동 인테그레이티드에너지 본사에서 만났다.

◆"세계 전기차 기업이 제주도를 주목한다"
소 회장은 홍콩과 중국 내에서 '한국통'으로 통한다. 최근 한국 시장에 관심이 높아지자 소 회장을 거쳐 한국에 투자하길 원하는 홍콩 경영인들이 늘어났다고.

그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0년대 초반. 투자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이 상장하면서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2012년 코스닥 상장사인 니트젠앤컴퍼니를 인수하고 사명을 인테그레이티드에너지로 바꿨다. 당시엔 지문인식사업을 하기 위해 인수했지만 성장성의 한계를 느끼고 전기차, 에너지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세계 전기차 관련 회사들이 제주특별자치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사업에서 테스트베드(시험환경)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제주도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를 지원하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 제주도가 유일합니다. 저 역시 전기차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은 제주도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소 회장은 한국에 전기차가 보편화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출발점이자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잣대가 제주도다. "현재 현대차나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레이 등 작고 귀여운 자동차를 전기차로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택시용 전기차나 전기버스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과 경쟁 관계보다는 공생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최근엔 미국과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미국 전기차 전문기업 디트로인트 일레트릭을 통해 일반 세단 전기차를, 중국 심천 우저우롱 모터스를 통해 전기버스를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전기버스는 올해 안에 제주도 또는 버스운수업자에게 제공해 시험테스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전기택시와 승용차 판매를 위해선 현재 제주도 내의 관련 기업, 기관과 접촉 중이다.

소 회장은 "본격적인 판매는 내년 제주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도에서 보조금을 받아 팔 수 있는 전기차 대수는 내년 1500대로 배정돼 있는데 이중 절반 가량이 내년 3월 엑스포를 통해 배정되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찾는 요우커가 주요 타깃이다. 소 회장은 "전기차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연동해 중국 관광객들이 차 안에서 제주도 관광 정보를 얻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IT 투자 가능성 '무궁무진'"

소 회장은 제주도에서 전기차 노하우를 쌓은 뒤 향후엔 전기차 배터리 등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소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는 사용이 종료된 뒤에도 ESS용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 사업도 충분히 크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홍콩에선 또다른 자회사를 통한 오일 벙커링 사업을 유지한다. 소형 유조선을 통해 해상 운항 중인 대형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일이다. 지난해부터 오일 벙커링 실적이 가시화되며 연결실적이 급증해 390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테그레이티드에너지의 올 6월 기준 매출액은 2440억 원이다.

소 회장은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약 30억원을 투자한 국내 온라인게임기업 미투온은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내 투자에 대한 한계점도 지적했다. "삼성전자 등 인터넷과 IT 분야에선 아직도 투자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그외에 다른 산업 영역들에 대해선 흥미를 느끼고 있진 않습니다. 홍콩 내 다른 투자자들은 한국 엔터테인먼트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역시 보다 심화된 선행학습이 이뤄진 뒤에야 투자가 가능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사진 진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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