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藥이 되는 조언이 불쾌하게 느껴질 때

하버드 피드백의 기술
더글러스 스톤·쉴라 힌 지음ㅣ김현정 옮김ㅣ21세기북스ㅣ484쪽│1만8000원
한경 DB
직장인 홍길동 씨는 회사 야구팀에서 3년째 선발투수를 맡은 ‘에이스’다. 경기를 앞두고 몸을 푸는 그에게 후배가 다가와 “요새 구위가 좀 떨어진 것 같다”며 “이제는 사이드암보다 오버핸드로 던지는 것이 어떠냐”고 말을 건넨다. 옆에 있던 감독도 폼을 고쳐볼 것을 권한다. 조언을 건넨 후배는 캐치볼부터 가르쳤던 새까만 후배다. 공을 쥐는 법도 몰랐던 친구가 폼에 대해 말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감독마저 거들다니 더 이상 선발투수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일까. 순간 복잡한 생각이 스쳐간 홍씨는 차갑게 내뱉는다. “내 폼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남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상호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여러 행위를 통틀어 ‘피드백’이라 말한다. 베스트셀러 《대화의 심리학》을 공동 집필한 더글러스 스톤, 쉴라 힌 하버드 법학대학원 교수는 신간 《하버드 피드백의 기술》에서 “피드백은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의 태도와 기술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피드백이라 해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진실 자극’ ‘관계 자극’ ‘정체성 자극’ 때문에 피드백에 불쾌함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진실 자극은 피드백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생겨난다. 관계 자극은 피드백의 내용보다 피드백을 주는 상대나 상황 때문에 생겨나는 자극이다. 정체성 자극은 자기 자신의 문제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식이 무너지는 현상을 말한다.

홍씨는 자신의 구위가 떨어졌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했고(진실 자극),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후배가 조언을 한다는 사실(관계 자극)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감독은 말 그대로 “폼을 고쳐보라”고 가볍게 말했을 뿐인데 ‘선발투수 자리를 위협받는다’고 생각해(정체성 자극) 스스로를 궁지로 몰았다. 이런 오해는 취미로 하는 야구뿐만 아니라 회사 생활이나 가족 사이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저자들은 피드백을 받아들일 때 가장 먼저 그것이 인정과 조언, 평가 중 어떤 것인지 구분하라고 말한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상대가 자신에게 들려준 말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피드백을 모두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 쉽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부딪히려고 하는 마음가짐도 좋지 않다. 피드백에 상처받거나 피드백을 한 사람을 의심하기에 앞서 내용을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체성 문제에 대해선 피드백을 왜곡해 받아들이지 말고 균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개념은 ‘성장형 정체성’이다. 저자들은 “성장형 정체성을 지녀야 피드백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어떤 형태의 사람이라고 고정시키면 이와 어긋나는 상황과 충돌하지만, 변화하고 성장하는 정체성을 지닌다면 타인의 조언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들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고. 막을 수도 없지만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만드는 것이 자신에게 득이 된다. 필요없는 피드백을 적절히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덤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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